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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잡는 곤충 … 이충제충 농법 떴다

중앙일보 2017.04.04 01:38 종합 21면 지면보기
경북 군위군 파프리카 농장에서 구태원 씨가 해충을 먹는 천적 곤충인 ‘지중해이리응애’가 든 종이컵을 작물에 매달고 있다. [군위=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군위군 파프리카 농장에서 구태원 씨가 해충을 먹는 천적 곤충인 ‘지중해이리응애’가 든 종이컵을 작물에 매달고 있다. [군위=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군위군 소보면에서 6000여㎡ 규모의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는 구태원(62)씨. 지난달 30일 찾은 그의 농장 곳곳엔 파프리카 줄기에 매달린 종이컵들이 눈에 띄었다. 종이컵 안엔 쌀겨가 한 줌 들어 있었다. 사실 이 안엔 쌀겨뿐만 아니라 한 가지가 더 들어 있다. 쌀겨 사이사이에 숨은 수백 마리의 ‘지중해이리응애’다. 지중해이리응애는 해충을 잡아먹고 사는 이른바 ‘천적(天敵) 곤충’이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파프리카 농장을 해충으로부터 지켜내고 있다. 지중해이리응애는 파프리카 이파리에 붙어 작물에 해를 끼치는 ‘담배가루이’나 ‘진딧물’을 먹이로 삼는다.
 

경북 군위군 ‘천적곤충작목반’ 가보니
채소·과일 농장 등 농약 대신 사용
처음엔 사다가 썼지만 비용 부담
농민학교 수료생들이 키워 제공
돈 아끼고 생산량 늘어 ‘일석이조’

구씨는 한때 해충의 습격으로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린 적도 있었다. 처음엔 농약을 써서 해충을 막아냈지만 2~3년만 지나면 농약에 내성이 생겨 해충이 죽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다. 강력한 농약은 효과가 좋은 대신 작물에 부담을 주고 가격도 비쌌다. 구씨는 “결국엔 작물 이파리에 좁쌀처럼 붙어있는 담배가루이를 뻔히 보면서도 파프리카가 썩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지경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그때 접한 것이 바로 ‘천적 곤충 활용 농법’이다. 해충을 먹이로 삼는 천적 곤충을 농장에 풀어 방제하는 방식이다. 이충제충(以蟲制蟲)이다. 논에다 오리를 풀어 친환경 방제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엔 구씨도 남들처럼 국내·외 전문업체로부터 천적 곤충을 구매해 썼다. 캡슐이나 병에 든 천적곤충을 작물에 달아놓거나 뿌리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제품 곤충이 일회성인 데다 유통 과정에서 곤충이 상당수 폐사해도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비쌌다. 몸길이 3.5~4㎜ 크기의 담배장님노린재는 250마리에 약 6만원이나 했다.
 
군위군에 ‘천적 곤충작목반’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최초다. 직접 천적 곤충을 길러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마련한 ‘천적 곤충 생산과정’ 수업이 큰 도움이 됐다. 이 수업을 들은 수료생 10명이 뭉쳤다. 이들은 뿌리해충의 천적인 총채가시응애 사육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직접 농장에 적용하기도 했다.
 
경북농민사관학교 옆에 자리한 경북대 친환경농업교육연구센터엔 총채가시응애 ‘사육장’이 있다. 40㎡ 남짓한 공간에 쌀겨가 가득 든 밀폐용기 수십 박스가 쌓여 있다. 총채가시응애가 사는 ‘아파트’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덕웅(38) 연구원이 박스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고 막대로 박스를 두드렸다. 곧장 1㎜가 채 되지 않는 총채가시응애들이 쌀겨 사이에서 꼬물거리며 기어나왔다.
 
총채가시응애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쌀겨를 밀폐용기에 채우고 그 안에 총채가시응애와 먹이가 되는 해충을 넣어 두기만 하면 알아서 총채가시응애가 번식한다. 정 연구원은 “농가마다 키우는 작물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센터에서 그에 맞는 천적 곤충 사육 계획을 세워주고 원재료가 되는 천적 곤충과 각종 자재를 지원하고 있다”며 “농가에서 생산하는 천적 곤충은 국내·외 기업들이 판매하는 천적 곤충과 비교해 효과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적 곤충작목반은 지난해 총채가시응애 76박스(박스당 약 5L)를 자체 생산했다. 이를 통해 700여만원의 경비를 아꼈다. 농장에서 해충을 막아낸 데 따른 이득은 이보다 더 크다. 앞으로 천적 곤충작목반은 총채가시응애에 이어 지중해이리응애, 콜레마니진디벌 등 다양한 천적 곤충을 키워 활용할 계획이다. 
 
군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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