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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내 운명’ … 아사히신문 기자 그만두고 유학 왔지요

중앙일보 2017.04.04 01:29 종합 23면 지면보기
나리카와 아야씨는 “일본 고베에서 한국문학과 영화 등을 소개하는 북카페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나리카와 아야씨는 “일본 고베에서 한국문학과 영화 등을 소개하는 북카페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서편제’ ‘공동경비구역 JSA’를 감명깊게 봤던 여고생 때부터 한국영화는 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달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일본인 나리카와 아야(成川彩·35)씨.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였다. 그가 기자직을 그만둔 건, 오로지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문이었다. 고베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그가 한국영화에 흠뻑 빠져든 건, 2002년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때였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를 극장에서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동국대 대학원 입학 나리카와 아야
어학연수 중 본 ‘집으로’ 충격 못잊어
일본 영화에는 없는 ‘뜨거움’ 부러워
송강호 출연 ‘택시운전사’ 벌써 설레

“스타 한 명 나오지 않는 작은 영화가 관객들이 서서 볼 정도로 사랑받는 걸 보고, 작품뿐 아니라 한국영화 문화에도 반하게 됐습니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민족이란 생각이 들었죠.”
 
일본에 돌아간 뒤에도 한국영화를 즐겨보던 그는 오사카대 대학원에서 한·일 통번역을 전공한 뒤, 2008년 아사히신문에 입사했다. 올 초 퇴직할 때까지 총 9년의 근무기간 중 절반을 문화부에서 일했다. 영화·연극·뮤지컬·생활 분야를 주로 취재한 그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봉준호·김기덕·임권택·허진호 등 한국 감독들의 인터뷰를 도맡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자주 취재하며,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을 키워갔다.
 
한국영화에 대한 향학열은 2010년 제1회 나라(奈良) 국제영화제에서 싹텄다. ‘명왕성’ ‘마돈나’ 등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을 인터뷰한 나리카와씨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돼있다. 나 또한 영화를 하고 싶어 교사를 그만뒀다”는 말에 자극받아 한국영화 유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사히신문 기자직을 그만둔 건 “정말 좋아하는 한국영화를 공부해야 내 삶이 행복해질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나리카와씨를 매료시킨 한국영화 ‘집으로...’.

나리카와씨를 매료시킨 한국영화 ‘집으로...’.

그의 마지막 기사 또한 한국영화 관련이었다. 충무로에서 활약하는 재일동포 배우 김인우(‘동주’ 출연)와 일본인 스태프 후지모토 신스케(‘아가씨’ 조감독) 인터뷰 기사였다. “일본을 악의적으로 그린 한국영화가 많다는 오해가 일본인들 사이에 퍼져있어요. 이 기사를 통해 한국영화가 비판하는 건 일본 자체가 아니라, 일본의 군국주의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그는 “‘아가씨’ ‘곡성’ 같은 영화는 일본에서 나오기 힘들다”며 “한국영화 특유의 ‘뜨거움’을 일본영화인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나리카와씨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감독으로 주저없이 이창동을 꼽았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등의 작품에 한국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처럼 일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작(多作)하는 배우 황정민에게는 애정어린 쓴소리를 했다. “너무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비슷한 연기만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작품을 신중히 골라 예전의 다채롭고 생동감있는 연기를 보여줬으면 해요.”
 
그가 올해 가장 기대하는 한국영화는 ‘택시운전사’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물론, 광주민주화운동을 외국 기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된다”고 했다. “학업을 마친 뒤 한·일 간의 영화교류 일을 하고 싶어요. 재일동포 관련 연구프로젝트에도 참가할 계획이고요. 오사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남편은 아내를 충무로라는 ‘라라랜드’에 빼앗겼다고 푸념합니다.(웃음)” 
 
글·사진=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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