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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업서 좋은 기업으로 … 신동빈의 뉴 롯데 잰걸음

중앙일보 2017.04.04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 3일 롯데그룹 50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신동빈 회장이 ‘뉴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 [사진 롯데]

지난 3일 롯데그룹 50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신동빈 회장이 ‘뉴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 [사진 롯데]

신격호(96) 총괄회장이 1967년 제과 사업으로 한국에 첫 발을 디딘 롯데그룹의 첫 해 매출액은 8억원이었다. 이것이 1984년에는 1조원을 돌파했다. 2009년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하면서는 그룹의 매출이 급증했다. 2008년 42조50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2조원까지 치솟았다.
 

창립 50주년 맞아 새 비전 선포
그룹 양적 성장 정책에 마침표
준법경영 위한 4대 원칙 제시
중국 사업은 지속적 강화 방침

기관차처럼 달려오던 롯데그룹 공격 경영의 기저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 대신 내실을 취한다)’과 ‘매출 200조, 아시아 톱10’ 정신이 깔려있다. 거화취실은 신격호 총괄회장 때부터 내려오던 롯데그룹의 경영 방침으로 매출과 이익을 철저히 관리하고, 영업에 관련없는 비용은 최소화하는 ‘실적경영’이다. 일반인들이 롯데그룹에 대해 ‘(씀씀이가) 짜다’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글로벌 롯데’ 패러다임을 들고 나왔다. 그는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아시아 톱10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들고 나왔다. 공격 경영의 일환으로 롯데그룹은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는 한편, 중국과 미국 등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등 빠른 성장을 했다.
 
하지만 확장세가 큰 만큼 성장통도 컸다. 지난 2015년부터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형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였고, 그 결과 탈세·비자금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쳤다.
 
신 회장이 50년간 지속해온 그룹의 ‘양적성장’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내실 있는 경영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등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신 회장은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새 비전인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고객 생활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를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신 회장은 ‘투명경영, 핵심역량강화, 가치경영, 현장경영’의 4대 가치를 제시했다. 기업의 경영에서 준법경영을 실천하는 등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또 무조건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률을 유지하며,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업의 체질 강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장경영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개념이다.
 
이번 비전에서 핵심으로는 협력업체와의 상생,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이 꼽힌다.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가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지만, 파트너사나 고객, 주주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가지 않고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없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판단”이라며 “최근의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을 겪으면서 신 회장이 ‘동반성장’을 경영의 화두로 삼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또 롯데그룹은 5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2인자’로 꼽히는 황각규(62) 사장의 기자회견도 열었다. ‘공식 데뷔전’ 성격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롯데마트의 중국 영업정지에 대해 황 사장은 “중국 정부가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지 100% 파악하지 못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업정지된 롯데마트 매장에 대해 (소방법 위반 등) 지적사항을 개선한 후 재오픈 신청을 했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또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은 아직 투자단계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연기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 이후 매출이 줄어든 롯데면세점(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사업이 주춤하고 있다”면서 “면세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이 먼저지만 상장을 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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