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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3배 쿠웨이트 신도시, LH가 설계한다

중앙일보 2017.04.04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LH가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마스터플랜 용역을 수주한 압둘라 신도시 조감도. 64.4㎢ 면적에 ‘스마트 시티’로 구축한다. IT를 활용해 삶의 질, 도시 경쟁력을 높인 신도시다. 2019년 착공 예정이다. [사진 LH]

LH가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마스터플랜 용역을 수주한 압둘라 신도시 조감도. 64.4㎢ 면적에 ‘스마트 시티’로 구축한다. IT를 활용해 삶의 질, 도시 경쟁력을 높인 신도시다. 2019년 착공 예정이다. [사진 LH]

해외 건설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건설 업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쿠웨이트가 추진 중인 ‘스마트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릴 업체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정됐다.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수주
총 4조5000억짜리 사업 중
마스터플랜 용역 총괄 맡아
사업 타당성 인정받을 경우
국내 건설업체 참여 길 열려

국토교통부가 신산업으로 추진해 온 스마트 시티 수출 1호다.
 
LH는 3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압둘라 신도시 마스터플랜(설계) 용역 총괄 관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LH는 선진·동명 등 한국 설계업체와 함께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도시 설계를 총괄한다. 총 사업비 4조5000억원 중 이번에 수주한 마스터플랜 용역 규모는 433억원이다. 마스터플랜 용역을 통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 중 예비 LH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쿠웨이트와 공동으로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2019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박상우 LH 사장은 “설계 단계부터 LH와 쿠웨이트 정부가 상호 협의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중동 도시 개발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수도인 쿠웨이트시에서 서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다. 쿠웨이트가 추진하는 9개 신도시 중 입지가 가장 좋다. 면적은 64.4㎢. 경기도 분당 신도시의 세 배 규모로 2만5000~4만 가구가 입주한다. 상업지역 이외엔 미국 ‘베벌리힐스’ 같은 최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석유 일변도 산업에서 벗어나 금융·무역·관광 허브로 도약하려는 쿠웨이트가 공을 들이는 전략 신도시다.
 
LH가 따낸 마스터플랜 용역은 사업 타당성 조사부터 토목·건축·전력·정보기술(IT) 설계까지 신도시의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다. 수주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파급 효과와 상징성이 크다. LH가 밑그림을 그리는 만큼 향후 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 한국 건설업체가 참여할 가능성도 커졌다.
쿠웨이트‘스마트 시티’사업은

쿠웨이트‘스마트 시티’사업은

 
특히 일반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스마트 시티’ 사업이란 점에서 기존 건설 프로젝트와 다르다. 스마트 시티는 자국 내 도시 문제 해결뿐 아니라 신도시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기획·설계·운영·관리 등 서비스를 포함하는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다. 스마트 시티에서 파생하는 산업을 키우거나 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연관 기업이 동반 진출할 여지도 많다. 건설 시공 능력과 탄탄한 IT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다. 시장 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5000억 달러(약 167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석기 국토부 해외건설지원과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 현지·후발 업체와의 저가 수주 경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는 해외 건설 사업의 상황을 감안하면 도시 개발 경험, 도시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형 스마트 시티는 국내 건설 업계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은 ‘공장 짓기’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 중 45%가 플랜트다. 그 외엔 토목(22%)·건축(19%) 등 시공 분야가 대부분이다.
 
미래 수출 교두보를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수주 규모가 작아 손실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계 업체 관계자는 “LH가 과거 비슷한 면적의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72.9㎢) 마스터플랜을 세울 때도 설계 작업에 1000억원 이상 투입한 점을 감안하면 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한진 LH 쿠웨이트사업단 부장은 “쿠웨이트는 지형이 단순하고 인허가 리스크도 국내보다 훨씬 낮다. 마스터플랜도 큰 틀을 잡는 수준이라 세종시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시티
IT를 적용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거주민의 삶의 질,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도시. 교통·환경·상하수도·행정·의료·교육 등 주요 기반시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기관·시민에게 제공해 도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 도로를 건설하는 대신 도로에 설치한 센서로 교통 상황을 확인해 스마트폰으로 우회로를 안내하거나 시간·장소에 맞춰 대중교통을 배치하는 식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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