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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출퇴근·여행 안락함 UP, 프리미엄 ‘서민의 발’

중앙일보 2017.04.04 00:02 라이프트렌드 1면 지면보기
대중교통의 진화
30대 남성 직장인이 출근길에 여의도로 수상택시를 타고 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편도 5000원이면 수상택시로 잠실~뚝섬~반포(서래나루)~여의도 구간을 빠르게 출퇴근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30대 남성 직장인이 출근길에 여의도로 수상택시를 타고 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편도 5000원이면 수상택시로 잠실~뚝섬~반포(서래나루)~여의도 구간을 빠르게 출퇴근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대중교통을 흔히 ‘서민의 발’이라고 말한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접근성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불편한 점도 많다. 출퇴근 시간, 인파에 쓸려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녹초가 되고 만다. 날씨가 궂거나 도로 사정이 나쁠 때도 ‘지옥철’이나 ‘콩나물시루’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최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교통수단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VIP 수준의 서비스를 만끽하려는 ‘프리미엄 서민’도 늘고 있다.

편도 5000원 수상관광콜택시
한강 여의도서 잠실까지 20분
좌석별 모니터 갖춘 고속버스
장거리 승객 피로·지루함 덜어

여의도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윤도훈(29·가명·서울 풍납동)씨는 그동안 지하철로 출퇴근했다. 아침마다 사람에게 밀리고 치이는 출근길은 그야말로 고행길이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그의 출퇴근 교통길이 한강으로 바뀌었다. 윤씨는 자전거를 타고 15분간 3.5㎞를 달려 수상관광콜택시(이하 수상택시) 잠실 선착장(잠실새내역 근처)에 도착한다. 수상택시에 자전거를 싣고 올라탄 뒤 한강 경치를 음미하다 보면 뚝섬, 서래나루를 거쳐 35분 만에 여의도 선착장(여의나루역 근처)에 다다른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8분간 1.5㎞를 달리면 회사에 도착한다. 퇴근길은 더 빠르다. 수상택시가 경유 없이 잠실새내역 앞까지 직항해 20분이면 충분하다. 윤씨는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보다 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되는 데다 한강 경치를 즐기며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수상택시는 서울시가 주도해 2007년 10월부터 운영하다 2014년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다 최근 보트를 새롭게 단장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출퇴근 때 잠실~뚝섬~반포(서래나루)~여의도 구간을 운항한다. 요금은 편도 기준으로 1인당 5000원이다. 출퇴근 때 수상택시 한 척당 1~2명가량이 탑승한다. 수상택시를 이용한 관광 코스도 생겼다. 황보연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 주변의 다양한 인프라와 연계한 매력적인 관광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내 넓고 편의시설 다양한 SRT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직장인 신효정(34·서울 반포동)씨는 얼마 전 친정(울산시 소재)과 시댁(부산시 소재)을 모두 SRT(Super Rapid Train) 고속열차로 다녀왔다. 신씨는 “KTX는 기저귀를 가는 공간이 움직이기조차 불편할 정도로 좁았는데 SRT는 훨씬 넓은 데다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와 거울·휴지통까지 갖춰져 있어 아주 편리했다”며 “집에서 KTX를 탈 수 있는 서울역이 조금 더 가깝지만 SRT를 이용하기 위해 수서역까지 간다”고 말했다.

 SRT는 특실부터 매진되는 프리미엄 고속열차로 유명하다. 이 열차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개통한 수서고속철도 위를 달린다. KTX보다 운임이 평균 10% 싼 데다 좌석 공간이 더 넓다. 키 1m80㎝의 남성도 거뜬히 다리를 쭉 펼 수 있다. 강남 수서에서 기차가 출발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이동하려는 강남 거주자·근로자에게 인기다. SRT 운영사인 SR의 방종훈 홍보팀장은 “SRT는 하루 5만 명이 이용하는 인기 열차로 급부상했다”며 “개통 100일 만에 매출이 1000억원을 넘었고, 이달 초께 이용객 5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속버스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고속버스 업계가 선보인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장시간 여행에도 즐길거리가 없던 우등버스와 달리 전 좌석에 개별 모니터를 설치했다. 모니터를 통해 영화·TV·음악·게임 같은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 몸을 쭉 뻗을 수 있을 만큼 독립공간이 넓고 수면용 안대, 이어폰, 슬리퍼도 제공한다. 첨단 안전장치를 설치해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줄인 것도 장점이다. 전방 차량에 너무 가까이 가면 단계별로 자동 제어되고, 차량이 차선을 이탈할 때 경고음이 울린다. 또 차량 스스로 미끄러짐을 감지해 브레이크에 압력을 주고 엔진 출력을 제어한다.

여행 마니아 송혜선(34·가명·서울 사당동)씨는 1년에 서너 차례 이상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예전엔 비용 부담이 적은 이코노미석을 애용했다. 하지만 열 시간 이상 탑승해야 하는 장거리 여행 땐 이코노미석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퉁퉁 붓고 허리가 아파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기엔 비용이 부담됐다. 그러다 3년 전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의 중간급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처음 이용하면서 매력에 빠졌다. 비용이 크게 부담되지 않으면서 다리를 쫙 펴고 누울 수 있어 장거리 여행 시 애용한다. 송씨는 “최근 독일 여행 시 루프트한자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비즈니스석 못지않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장시간 비행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보통 비즈니스석 뒤에 위치하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급 편안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일부 항공사에서 선보이고 있다.
 
합리적 요금 하늘·바다 여행길
수상택시 안에서 회의용 서류를 검토하며 여유롭게 출근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정한

수상택시 안에서 회의용 서류를 검토하며 여유롭게 출근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정한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크루즈 여행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해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22만7000t급 크루즈선인 ‘로얄캐리비안 오아시스 클래스’는 하루 평균 약 20만원가량으로 호텔급에 버금가는 숙식을 크루즈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선상에서는 인공 파도 타기, 고공 다이빙, 곡예, 분수쇼, 스킨 스쿠버, 골프, 암벽 등반 같은 레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매일 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다는 장점 때문에 배낭여행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한국사무소 이재명 대표는 “크루즈 여행의 성수기인 4~10월이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숙소를 이동할 때마다 짐을 챙길 필요 없이 크루즈선에 짐을 놔두고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꼽았다.

특별한 날이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호출할 수 있는 고급 택시도 매우 유용하다. 카카오블랙·우버블랙이 대표적이다. 결혼식을 마친 뒤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에게도 인기다. 이 중 ‘카카오택시 블랙’은 2015년 11월 카카오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다. 아이폰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이용할 수 있다.

벤츠 E클래스 같은 3000㏄급 고급 차량을 고급택시 전문기사 교육을 수료한 기사가 직접 몰고 온다. 기사가 친절하게 차 문을 여닫아 주는 도어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택시 앱에서 출발지·목적지를 입력한 후 택시 종류에서 ‘블랙’을 선택하면 된다. 기본요금은 5000원이며 택시 하차 시 자동 청구된다. 카카오페이 자동결제도 가능하다. 승객의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보호되며, 카카오톡 친구에게 탑승 정보를 담은 안심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어 여성 승객이나 야간 승객이 활용하기에도 좋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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