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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협 대비전력 구축, 방향타 잘못됐다

중앙일보 2017.04.04 00:00
한국군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 바로 3K전략이다. 그것은 킬 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의 3개 축으로 이루어진 선제적ㆍ전면적 공세전략이다. 핵심은 1단계로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이면 킬 체인으로 북한의 발사되지 않은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을 타격하고, 2단계로 북한이 제거되지 않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KAMD로 요격하고, 3단계에서 KMPR로 도발한 북한 지도부를 대규모로 응징ㆍ보복하는 것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F-15K 전투기 편대가 울릉도 상공에서 전투초계비행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F-15K 전투기 편대가 울릉도 상공에서 전투초계비행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3K 가운데 ‘킬 체인’은 정보ㆍ감시ㆍ정찰체계(ISR), 의사결정체계(C4I), 그리고 타격체계(PGMs)의 결합에 의해 창출되는 일련의 ‘파괴과정’(표적을 선정해서 타격하는 사이클)을 뜻하는 용어다. 과거 전쟁에서 지상공격 크루즈미사일의 표적선정사이클을 보면, 걸프전(1991년)은 2-3일, 코소보전(1999년) 101분, 아프가니스탄전(2001년) 60여 분, 이라크전(2003년) 45분, 그리고 지금은 10여 분 정도 걸린다. 킬 체인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ㆍ감시ㆍ정찰체계(ISR)다. 대표적인 ISR 자산들로는 AWACS(적의 공중활동을 탐지하고 아군 전투기를 안내하는 역할), RC-135 Rivet Joint 및 EP-3 항공기(적의 레이더와 무선방출 신호를 탐지하고 위치를 식별하는 역할), U-2(전략정찰 및 광범위한 지역의 감시를 제공하는 역할), E-8C Joint Stars (정밀해상레이더 ‘SAR’ 및 지상이동표적기 ‘GMTI’를 통해 광범위하게 넓은 지역에서 움직이는 차량을 표적으로 정하는 항공기), 각종 무인정찰기 등이 있다. 

이런 자산들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전장상황인식’(battlefield situational awareness)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이를 기반으로 정형화된 군사작전(예: 한미연합작전계획)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군사작전, 특히 선제공격을 통한 군사작전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역동적인 군사작전이라고 하는 이유를 항공작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걸프전에서 표적의 대략 80% 정도는 지상기지 혹은 항공모함 갑판을 이륙하기 전, 20% 정도는 전투기 출격 이후에 선정됐다. 코소보전에서는 전투기 발진 후에 표적선정이 이루어진 것이 대략 40%, 아프가니스탄전에서는 대략 80% 정도였다. 이처럼 전투기가 기지에서 발진한 이후에 많은 표적을 할당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위성군(群)을 포함한 첨단 정보ㆍ감시ㆍ정찰체계(정보수집 항공대대, 표적선정 정보자료실, 컴퓨터 뱅크 및 수많은 정보수집ㆍ분석 요원 포함)를 운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군은 사정이 다르다. 말로는 킬 체인 구축을 외치면서, 정작 킬체인 작전을 가능케 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전투 항공기를 비롯한 정보ㆍ감시ㆍ정찰체계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이다. 오히려 대량응징보복(KMPR)에 필요한 타격체계에 대한 전력증강만 주로하고 있다. 정보ㆍ감시ㆍ정찰자산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킬 체인은 물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체계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강한 주먹을 갖고 있어도 장님이 어떻게 상대방의 주먹을 피하고 상대방의 급소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겠는가? 사실 한국군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대량응징보복’(KMPR)작전을 한국군 독자적으로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에 집중하는 무수단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해 위치를 추적하기 어렵다.[사진 중앙포토]

북한이 개발에 집중하는 무수단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해 위치를 추적하기 어렵다.[사진 중앙포토]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로 도발하면 방어준비태세(데프콘)가 격상되고, 그럴 경우 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의장에서 한미연합사령관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취약점을 북한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 수뇌부가 스스로 군사력 운용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대량응징보복까지 할 정도의 군사능력을 갖추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면 전력증강의 최우선순위를 정보ㆍ감시ㆍ정찰자산을 획득하는데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자산들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지금처럼 타격체계에 우선순위를 둔 전력증강만 계속한다면, 북한의 도발위협에 즉각 대응이 어려운 취약점을 계속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운영하게 될 경우 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3K와 같은 ‘선제적ㆍ전면적 공세전략’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보다 이러한 작전을 실행하는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수도권을 지켜내면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제한적 공격을 통해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정도의 ‘선별적 공세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군사적 수단들을 조용하고 은밀하게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실제 능력도 없으면서 킬 체인과 같은 선제공격 개념, 실행력이 떨어지는 대량응징보복과 같은 대량파괴 개념이 내포된 선제적ㆍ전면적 공세전략을 내세워 말로만 떠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말보다는 실질적 작전능력의 우선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김종하 한남대 경영ㆍ국방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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