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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미공개 여론조사 트위터 공개는 노련한 '정치9단'의 치고 빠지기?

중앙일보 2017.04.03 17:55
[팩트체크]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선거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논란은 19만9000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파워 트위터리언인 박 대표의 트윗글에서 비롯됐다.  
4월 2일 오후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공개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4월 2일 오후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공개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박 대표는 2일 오후 7시 4분경 자신의 트위터에 “3월 31일 자 미공개한 가장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양자대결 시 안철수 45.9%, 문재인 43.0%로 2.9%p 오차범위 안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역전했습니다. 흐름이 좋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안 양자대결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 SNS에 공개한 박지원 대표, 선거법 위반일까?

 
박 대표 트윗글 게시 20분 만에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비판 글 떠
 
이 글은 순식간에 6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하며 사이버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박 대표의 트윗 글이 게시된 지 20분도 채 안 된 오후 7시 23분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박 대표의 이 트윗글을 캡쳐한 사진과 함께 ‘박지원 트윗 이게 말이 되나요?’(ID 꿀!맛)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짧은 시간 동안 조회 수 1만4000여 건을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 7시 38분에는 같은 게시판에 ‘박지원 대표님 법은 지켜야죠’(ID 티엔)라는 글이 올라왔다. 박 대표의 트윗 글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이 글을 공직선거법(제108조 여론조사의 결과공표 금지 등)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는 인증샷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글 역시 조회 수 1만9000여 건을 기록하며 박 대표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은 점점 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박 대표는 자신의 트윗글을 급히 삭제했다.  
4월 2일 오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트윗글을 한 네티즌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4월 2일 오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트윗글을 한 네티즌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출처도 없는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박 대표의 행위는 과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까. 또 선거법 위반이 맞는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중앙선관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공표ㆍ보도’하려면 ①조사의뢰자 ②선거여론조사기관 ③조사 일시를 밝혀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공직선거법의 관련 벌칙(제252조, 제256조, 제261조)에 따라 5년 혹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여론조사전문가인 신창운 덕성여대 초빙교수는 “공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사를 해서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상관없다”면서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다중이 볼 수 있는 SNS를 이용해 미등록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08조를 위반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또 “선관위 등록 등 관련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취득한 경우에는 아무리 개인이 별도로 조사한 것이라도 SNS 뿐 아니라 강의나 강연 등을 통해서도 공개하는 것은 법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박 대표 측 상대로 경위 등 사실관계 조사 중… 여론조사전문가 "선거법 108조 위반" 의견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박 대표 트윗 글과 관련해 신고 접수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박 대표 측을 상대로 해당 글을 올린 사실이 있는지 여부, 경위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SNS 등에 게시한 것이 사실일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박 대표 건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결과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사기관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를 하는 것은 아니며, 사안의 경중, 고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고발, 과태료, 경고 혹은 주의 조치 등 처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3일 오전 트위터에 ‘박지원 대표 클났네, 클났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받으면 어떡하나? 클 났네~클 났어~선거법 108조 8항 잘보고 트윗하시지. 클 났네~클 났어. 트윗 급히 지웠어도 소용없을 텐데~클 났네”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지원 대표의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비판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트윗글

박지원 대표의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비판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트윗글

글 삭제 이후에도 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박 대표는 3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당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NS상에선 괜찮을 줄 알았다”면서 “법 위반이라면 위반된 대로 (벌을) 달게 받으면 된다”고 해명한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이번 대선은 결국 안철수와 문재인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지난 2월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혁명’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안 전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취재진을 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이번 대선은 결국 안철수와 문재인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지난 2월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혁명’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안 전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취재진을 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 대표 논란 확산하자 트윗글 삭제한 뒤 “SNS라 괜찮을 줄 알았다” 해명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박 대표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선관위가 이 사안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보다는 경고나 주의조치 정도로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SNS에선 괜찮을 줄 알았다”는 박 대표의 해명과 관련해 “선거를 여러 번 치러 본 박 대표가 법 위반 사안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이 트윗글을 올렸을지 의문”이라며 “비록 선관위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더라도 문-안 양자대결로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림수로 외부 비판을 감수하고 이 글을 올렸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팩트체크 결과> 
SNS상이라도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고성표 기자, 신승민 인턴기자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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