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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일본 ‘빈집 대란’ … 입주 축하+수리비 2500만원 주는 곳도

중앙일보 2017.04.03 01:31 종합 16면 지면보기
일본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다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사이타마현 하토야마내 하토야마 뉴타운의 쇠락한 모습. [중앙포토]

일본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다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사이타마현 하토야마내 하토야마 뉴타운의 쇠락한 모습. [중앙포토]

일본 기초자치단체 오쿠타마(奧多摩)는 도쿄도(東京都)내의 대표적으로 인구가 적은 산간지역이다. 면적이 225㎢로 도쿄도에서 가장 넓지만 인구는 2664세대 5271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48%가 65세 이상이다. 빈집은 고령자 사망 등으로 갈수록 늘어 444곳에 달한다.
 

전체 주택 14%인 820만 채가 빈집
방치 땐 2033년 30%로 치솟을 전망
정부, 임대주택으로 쓸 수 있게 지원
보육원·민박용 개조하는 지자체도

오쿠타마는 지난해 6월 기부를 받은 역내 빈집을 40대 부부에게 제공했다. 인구 증가와 젊은 세대 이주를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오쿠타마가 주최한 맞선 이벤트를 통해 결혼에 성공한 이 부부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월 1만엔(약 10만원)의 사용료를 내고 15년만 살면 주택 소유자가 된다. 지자체가 거주 축하금 50만엔을 지급하고 주택수리비도 200만엔을 보조하는 만큼 무상이나 다름없다. 이 지자체는 지난해 11월에도 기부받은 단독주택을 공모를 통해 외지의 10인 가족 세대에 기증했다.
 
빈집 임대·매매 돕는 전문 은행 등장
 
자료:노무라종합연구소

자료:노무라종합연구소

빈집을 활용해 젊은 전입자를 늘리려는 오쿠타마의 대책은 다양하다. 2010년 이래 빈집 은행을 운영해왔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임대·매매 대상 빈집 정보를 공개해 외지인과 연결시켜주고 있다. 2015년에는 ‘젊은층 거주 응원 보조금’ 제도를 신설했다. 50세 이하로 어린이가 있는 세대, 45세 이하 부부, 35세 이하 단신 세대가 관내 빈집을 사거나 개·증축하면 200만엔 한도내에서 비용 절반을 보조해준다. 오쿠타마의 젊은이정주화대책실 야마다 마사히로(山田將寬) 담당은 “빈집 은행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12명이 전입했다”며 “이 중 19세 이하가 90명이라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쇠락을 상징하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 결과 빈집은 820만 채로 전체 주택의 13.5%를 차지한다(2013년 현재). 약 800만명의 전후 베이비 붐 세대 사망률이 올라가는 2020년부터는 매년 20만~30만 채의 빈집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도쿄도와 인근 6개현 기초단체 가운데 빈집 비율이 15%를 넘는 곳은 65곳이나 된다. 지바(千葉)현 가쓰우라(勝浦)시의 빈집 비율은 36.8%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3년엔 일본 전국의 빈집 비율이 30.4%(2167만채)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6년 후엔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란 얘기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빈집 활용과 거래에 팔을 걷어부치는 이유다.
 
대책은 쏟아지고 있다. 요코하마(橫浜)시는 빈집을 소규모 보육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보육원 입소 대기 아동수를 제로(0)로 하면서 빈집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계획이다. 요코하마시의 빈집은 2013년 현재 2만 채로 5년새 1.3배 늘었다. 하야시 후미코(林文子)시장은 시 의회에서 “빈집은 비교적 오래돼 지진 피해 등의 우려가 있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마당이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빈집 비율이 28.6%인 지바현 이스미(いすみ)시는 도시민의 이주 촉진 차원에서 전입자에게 JR(일본철도) 특급권 구입을 보조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대도시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도치기현 우쓰노미야(宇都宮)시는 수도권 주민이 지방도시에도 생활 거점을 갖는 ‘2개 지역 생활(Double Place)’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주중엔 도쿄에서 주말은 우쓰노미야에서 보내자는 캠페인을 통해 빈집 줄이기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내집 마련이 어려운 독신 고령자와 어린이 양육 세대가 빈집을 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지난달 각의에서 결정했다. 빈집 소유자에겐 주택 개보수 비용으로 최대 200만엔을, 저소득 입주자엔 월 4만엔을 보조해준다. 새 제도는 관련법 개정을 거쳐 올 가을 시행된다. 국토교통성은 2020년까지 이런 용도로 빈집 17만5000채를 확보할 계획이다. 국토교통성 주택국 엔도 겐토(遠藤健人)과장보좌는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절반 가량씩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이주하면 통근 교통비 지원
 
빈집은 관광객 숙박 시설로도 활용된다. 일본 정부는 국가전략특구(규제 프리존)로 지정된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가 빈집을 민박시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지난 1월 시정연설에서 “빈집과 유휴지 활용에 관한 제한을 완화해 지자체가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빈집 활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빈집 개조와 거래가 늘어나면서 개보수 등 관련 금융상품도 등장했다. 시즈오카(靜岡)현 지방은행인 스루가은행은 최고 1000만엔까지 융자해주는 ‘빈집 해결 대출’ 상품을 지난해 선보였다. 주택 리모델링 사업 시장도 덩달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영환 도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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