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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정책이 공시족 양산 … 벤처 1세대의 쓴소리

중앙일보 2017.04.03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반(反) 기업정책이 청년들을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반(反) 기업정책이 청년들을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반(反)기업정책이 청년들을 공시족으로 내몰았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공무원 늘린다고 실업률 낮아지나
IPO·M&A 늘어야 벤처 큰다

이민화(64)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중앙일보가 만드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진행했다.
 
이 이사장은 벤처라는 말조차 낯설던 1985년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창업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메디슨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벤처시장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했다. 초대 회장이었던 그는 96년 코스닥 설립, 97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이 이사장은 “지금 벤처 1세대라고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도 이때 만들어진 생태계 속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벤처 선구자로 불렸던 그가 지금은 한국의 창조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창조경제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때인 지난 2009년 연구모임인 창조경제연구회를 만들었다. 이후 2013년 당시 고정식 특허청장과 함께 연구회를 사단법인으로 발족시켰다.
 
이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외치고,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벤처 붐이 다시 불기 시작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의 벤처환경으로는 2000년대 벤처 붐이 일어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려면 벤처캐피털(VC), 에인절 투자자(벤처기업들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회수할 수 있는 회수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회수 구조는 두 가지다. 주식 상장(IPO)을 통한 자본 회수 또는 인수·합병(M&A)이다. 가령 2012년 기업가치를 5억 달러로 평가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10억 달러(1조2100억원)에 매각됐다. 매각 후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는 국가정책이 청년들의 창업정신을 꺾었다며 쓴소리도 내뱉었다. 이 이사장은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코스닥도 폭락했고 이후 벤처투자가 위축됐다”며 “노무현 정부 들어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반(反) 기업정책을 내놓고, 그게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지면서 10년 빙하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결국 벤처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정부가 청년들을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내몰았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가 실업률 낮춘다고 공무원 수를 늘린다는데 일자리는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을 성장시켜 가는 게 진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1차 산업혁명은 기계 기술로, 인간의 생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의식주 문제를 해결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기술로, 편리함의 욕구를 충족시킨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제품이 나왔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 기술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간의 사회적 연결 욕구를 만족시키는 온라인 기반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이 이사장은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대입해보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자기실현과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통계를 보면 처음 스타트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은 0.18%, 실패 후 두 번째 성공확률 0.21%”라며 “실패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줄이고 싶다면 적은 돈으로 시작하고 좋은 구성원을 만들어 협력하는 괴짜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수석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지난달부터 이코노미스트의 ‘윤용로가 만난 사람’ 코너에 경제계 인사와의 인터뷰를 게재하고 있다.
 
글=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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