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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가맹점 수수료 결정, 이젠 시장에 맡기자

중앙일보 2017.04.02 15:03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명식상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

이명식상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

신용카드 생태계 유지의 결정적 기반은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다.
 
원칙적으로 지급결제서비스는 정부가 제공해야 하는 일종의 공공재이지만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이나 카드사 등 민간 부문에 위탁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신용카드의 지급결제서비스 가격인 가맹점 수수료는 공공재적인 성격과 영리기업인 카드사의 수익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에는 카드 생태계 플랫폼인 카드사 수익과 가맹점 매출을 일으켜주는 회원의 혜택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은 호주의 신용카드 개혁을 벤치마킹했다. 수수료를 비용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방법을 취했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에 수반되는 여러 세부적인 항목들의 구분기준이 모호해 단점이 적지 않다. 호주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맹점의 상품·서비스 가격의 인하로 연결되지 않아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수수료 산정에는 대손 위험, 프로세싱·마케팅 비용, 수익기여도와 성장 잠재력을 포함한다. 동일한 여건에서 호주의 평균 연회비가 119달러인데 비해 미국은 0~99달러로 나타난다. 회원 위주의 신용카드 정책을 펴는 미국과 가맹점 위주의 정책을 펴는 호주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가맹점의 표를 의식해서 단골 메뉴로 수수료 인하를 들고나온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상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카드 생태계에 있는 모든 참여자에게 영향을 준다. 당장 회원들에게 돌아가는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드모집인 같은 비정규직 인력의 지위는 더 불안정해진다. 결국 카드 가맹점수수료 갈등의 본질은 공공재 성격을 띠는 신용카드 지급결제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독 신용카드의 가맹점수수료는 다른 종류의 수수료와는 달리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정해지기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영세가맹점이 수수료 인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실제 혜택은 1만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진정 영세가맹점을 보호하려 한다면 영세가맹점 카드매출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주거나 장려금 지급, 임대차보호 등 정부에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세소상공인을 배려한다는 취지는 나무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할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시장의 실패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국내 신용카드사들을 더 이상 과천에 있는 동물원에 가두지 말자. 최소한 사파리 야생동물원에 풀어 놓도록 하자. 신용카드 생태계의 정상화는 다양한 시장참여자의 상호이익에 부합되는 차원에서 수수료 수준, 카드업계의 수익구조, 결제비용의 분담구조가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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