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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산계의 블루오션 무인기

중앙일보 2017.04.01 15:00

중국 방산업체의 능력

중국 군사전문가들이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이슈다. 방산업체가 연구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왜일까. 미국 등 서구 방산업체와 비교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여긴다. 실제 미국 디펜스 뉴스(Defense News)가 매년 공개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서도 중국 방산업체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대표 방산업체인 한화·LIG 그리고 한국항공우주(KAI)가 속해있는 데도 말이다. ‘현지조사’도 쉽지 않아 서구 군사전문지와 시사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 방산업계 ‘무인기’로 기회 맞아
中 군용 무인기, 사우디에도 공장 세워
9·11 테러 이후, 美 무인기 대세
中도 무인기 전력 확보, ‘모방전략’
중국산, 정찰 ·감시 능력 눈부신 성장
서구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해 빠르게 시장 잠식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중국항천·CASC)이 내놓은 ‘차이훙(CH)-4’ 가격은 400만 달러(약 44억원)로 2000만 달러(222억원)인 미국 MQ-1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 CNBC]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중국항천·CASC)이 내놓은 ‘차이훙(CH)-4’ 가격은 400만 달러(약 44억원)로 2000만 달러(222억원)인 미국 MQ-1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 CNBC]

하지만 최근 중국 방산업체들이 세계 유수 방산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각종 신무기체계와 장비에 대한 제원도 공개해 의구심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무인기 분야가 그렇다. 영국 제인국방주간(IHS Jane's Defence Weekly)에 따르면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용 무인기(UAV·Unmanned Aerial Vehicle·드론)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곳에서 생산할 모델은 사우디의 아브두라직과학기술회사(KACST)와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하 중국항천)이 공동으로 개발한 대잠 무인기 ‘차이훙(彩虹·CH)-4’이다. 중국 방산업체가 미국과 동맹인 국가에 공장을 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방산업체 사우디에 무인기 공장 세워

美 동맹국에 방산 공장 세우기는 처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그동안 해외무기생산 기지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당초 무인기는 정찰·감시 등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민수용으로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개발 기술이 정밀해지고 타격 능력까지 갖춰지면서 무인기는 명실상부한 현대전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항모 이착륙 훈련 중인 미 무인공격기 X-47B [사진: 중앙포토]

항모 이착륙 훈련 중인 미 무인공격기 X-47B [사진: 중앙포토]

물론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무인기의 ‘원격 살인’은 인간을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만드는가, 피해 지역 약자의 인권을 얼마나 쉽게 저버릴 수 있는가 등의 윤리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현대 전쟁에서 ‘무인기 대세론’은 거스를 수 없다. 특히 미국은 9·11테러 이후부터 대(對)테러작전에 무인기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중 미국 무인기가 테러집단에 가한 대대적인 정밀타격 능력은 매우 놀라웠다. 대규모 지상작전은 줄이고, 현지 군대와 경찰 등 자체 방어능력을 더 키우겠다는 미국의 정책과도 맞물렸다.  
무인기,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작전에서 능력 발휘

중국도 ‘무인기’ 전력 확보에 주력해

미국의 첨단 전력 연구에 열공(熱功) 중인 중국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무인기의 ‘경제성’ 또한 중국군에겐 매력적인 요소였다. 무인기는 소음, 스텔스, 기계식 엔진에 대한 기술적 부담도 적었다. 게다가 중국은 적(敵)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기의 개발과 운용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고 있다.  
2013년 7월 10일 항모 이착륙 훈련에 성공한 미 무인공격기 X-47B(위)와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기 리젠. [사진 중앙포토]

2013년 7월 10일 항모 이착륙 훈련에 성공한 미 무인공격기 X-47B(위)와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기 리젠. [사진 중앙포토]

기계공학에 특히 강(强)한 중국 방산업계 입장에선 무인기 개발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영 방산기업도 너도나도 산하에 무인기 개발 연구기관을 따로 둘 정도다. 중국항천(CASC),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 병기공업(NORINCO)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에선 중국 내 무인기 개발은 에어로 스타룹 하이텍, 웨이팡 티안시앙 항공산업, 루오양 옵토 기술센터 등이 주도하고 있다. AVIC 산하 청두비행기공업(CAC)이나 중항공업직승기술연구소(CHRDI)는 무인공격헬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우주발사체기술연구원(CALT)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BUAA) 등 전문 연구소도 무인기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작년 11월 중국 주하이에어쇼에서 공개된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가 개발 중인 무인공격헬기 ‘AV-500W’ [사진 IHS Jane]

작년 11월 중국 주하이에어쇼에서 공개된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가 개발 중인 무인공격헬기 ‘AV-500W’ [사진 IHS Jane]

중국 정부도 무인기 개발만을 위한 단지 조성에 나설만큼 적극적이다. 최근 베이징 다싱 구 서부 구역에는 약 134 헥타르(40만 평)에 달하는 산업 단지를 조성 중이다. 완공하면 2025년까지 무인기 개발에만 161억 달러(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국군이 무인기를 선호한다. 험난한 산악지형이 많고, 작전 반경이 넓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미국이 대(對) 테러 작전에서 보여준 무인기 운용 효과도 중국군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중국군은 미국 무인기 작전수행 능력을 보고 충격은 적지 않았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 [사진 중앙포토]

운용상 이점도 있다. 주변국과 해양 갈등을 빚는 해역에 무인기를 투입하면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다. 실제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 해군 함정보다 해경 함정을, 공중은 군용 정찰기보다 무인기를 투입해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추세다. 중국이 2013년 11월 말 동중국해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미국 무인기가 들어왔었던 사실도 중국군의 무인기 운용을 부추겼다.
무인기 남중국해 등 갈등 지역 투입

미래전 대비도 무인기 최대 활용 복안

중국은 무인기를 통해 미래전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전의 핵심은 ‘지휘 통제-정찰·감시-정밀타격’이다. 이 중 ‘정찰·감시-정밀타격’ 단계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은 무인기가 유일하다. 시진핑 주도의 중국군 개혁과도 맞물린다. ‘미래전 추세가 무인체계이니, 병력은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중국 군부의 반대를 무마시킬 수도 있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무인기 개발 성공사례도 중국의 무인기 개발에 탄력을 붙게 하고 있다. 2011년 5월 2일의 빈 라덴 사살 작전 성공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군도 2015년부터 무인기를 실제 화력을 동원한 군사훈련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2007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배치한 무인 공격기 ‘MQ-9 리퍼’ [사진 중앙포토]

미국 국방부가 2007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배치한 무인 공격기 ‘MQ-9 리퍼’ [사진 중앙포토]

중국 방산업체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수(民輸)용과 군용(軍用)으로 나뉘는 것은 물론 용도별로도 제작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민간 수요는 국내 치안(homeland defense)이 대부분이고, 군용의 경우 대(對)테러작전(anti-terrorism)과 특수작전(special operations) 등 각종 작전에 맞춰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무인기를 이란·이라크·카자흐스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고도·고고도 무인기와 회전익 무인기 등 다양한 종류를 국내·외 방산전시회에서 적극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비행체 형태인 시안롱 시리즈, 스카이 세이커, 리지안, CH 시리즈, 이룽Ⅰ와 윙룽 Ⅰ·Ⅱ(중고도), 티안이(고고도)와 회전익(헬로콥터) BH-시리즈, QY-시리즈, AV500 시리즈를 내놨다. 최근엔 고정직과 회전익을 혼합한 수직이착륙(VTOL) 무인기도 종류와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다.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인정찰기’ 윙룽. 무인정찰 및 공격기. 중고도 무인정찰기로서 공대지 미사일 장착 가능하다. [사진 신화사]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인정찰기’ 윙룽. 무인정찰 및 공격기. 중고도 무인정찰기로서 공대지 미사일 장착 가능하다. [사진 신화사]

특히 감시·무장 탑재능력 부분에서의 성장이 괄목할만하다. 초기 전자광학(electron-optical) 방식의 감지 능력이 대부분이었지만, 적외선(infrared)·레이저·TV 등의 감지하는 기술 방식도 다양해졌다. 50㎏ 폭탄과 16㎏ 공대지 미사일 등 약 최대 400㎏ 이상의 무장 탑재까지 가능하다. 전술통제 범위도 인공위성통신(SATCOM)을 통해 약 2000㎞로 확대됐다. 
중국 무인기의 전술통제 범위도 인공위성통신(SATCOM)을 통해 약 2000㎞로 확대됐다. [사진 Airforce Tech]

중국 무인기의 전술통제 범위도 인공위성통신(SATCOM)을 통해 약 2000㎞로 확대됐다. [사진 Airforce Tech]

중국산, 정찰·감시 능력 눈부신 성장

서구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해 빠르게 보급

중국 방산업체는 서구 방산업체보다 기술이전에 적극적이다. 중국산 무인기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몇몇 민간업체는 핵심 기술까지 이전하겠다고 주장한다. 기술이나 작전 효율성 차원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한 수 위지만, 무인기 기술을 국가급 비밀로 분류해 기술 이전 논의 자체를 꺼린다.  
2013년부터 일본에 배치된 글로벌호크 드론 [사진 중앙포토]

2013년부터 일본에 배치된 글로벌호크 드론 [사진 중앙포토]

중국 무인기도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 선보였던 무인기 제원이 인상적이었다. 100m 이내에서도 감지가 어려울 정도(35-40㏈ 수준)로 조용히 날 수 있다. 터보 엔진을 장착해 기동성도 크게 향상됐다. 게다가 동력원인 리튬 이온(lithium-ion) 대용량 배터리도 갖춰 작전운용시간을 대폭 늘렸다. 약 3만 피트 상공에서 회전익 최대 3.5시간, 고정익 최대  60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의 중국산 모델이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이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무인 전투기 ‘암검(暗劍)’ 모형 [사진 중앙포토]

중국이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무인 전투기 ‘암검(暗劍)’ 모형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중국산 무인기는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 방산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해외 방산업체의 하청업체까지 마구잡이식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인기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구매자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모델까지 내놓으면서 전 세계 수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중국 방산업체의 자금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는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인 셈이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 외부 필진 글은 소속기관·차이나랩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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