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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의 한류탐사] 혐한과 한류스타

중앙일보 2017.04.01 02:15 종합 24면 지면보기
홍석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그동안 사드 문제로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제한하던 중국이 베이징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4월 말에 열리는 전주영화제도 중국 영화나 영화인 없이 치러질 예정이고, 한국의 국제학회들에 참석해야 할 중국 학자들은 불참을 전해 오고 있다. 서해를 건너오는 것은 뿌연 공기오염뿐인가 싶은 수상한 계절이다. 다행히 일본에서의 혐한에 비견될 만한 중국발 대중시위는 아직 없지만 한류현상의 본상지인 동아시아 삼국 사이에 혐한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위기감만큼 이 상황이 한류의 매력을 반감할 것인가? 물론 ‘남의 눈이 무서워’ 한류팬임을 드러내는 일이 줄어들겠지만 온·오프라인으로 관찰되는 팬덤의 현장은 사드나 일본의 혐한시위와 상관없이 진지하고 열렬하다. 앞선 이 칼럼에서 한류의 수용자는 팬덤적이라고 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연예인·드라마·노래·그룹에 대한 한류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 파생 문화상품과 정보를 반복적이고 장기적으로 소비한다.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더라도 수십만 중국 팬픽션의 주인공은 여전히 한국 아이돌이다.
 
이 중에서도 지속적 한류현상의 핵심에 있는 매개자가 한국의 20, 30대 남자배우 한류스타다. 이들은 팬미팅이나 콘서트에서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삽입곡이나 로맨틱한 장면을 재연한다. 요란한 10대 팬들을 동반하는 K팝 아이돌보다는 소박하지만 장기적이고 안정된 팬덤을 구축하는 복합매체다. 이들의 아름다운 몸은 드라마의 로맨스를 무대 위로 연장시키는 매체이고, 과거 홍콩의 노래하는 남자배우들을 상기시키기는 동아시아적 스타 모델이다. 이들의 사진은 각국의 소셜네트워크와 팬덤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 전파되고, 스타의 부재를 일시적으로 메우는 일용할 양식으로 소비된다.
 
도쿄 시내의 5000석 공연장을 메운 여성관객 앞에서 한국보다 동아시아에서 더 유명하다는 배우 지창욱이 중화권 최고 스타 저우제룬(周傑倫)의 노래 ‘성청(Starry Mood)’을 한국어로 부른다. 그는 동아시아의 다른 대도시에서, 그리고 지금은 갈 수 없는 중국 대륙의 도시들에서도 한국어로 자신이 출연했던 뮤지컬과 드라마의 삽입곡을 부른다. 이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함성 속에서 잠시나마 소박하게, 그러나 진중하게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공간을 일구어 나가는 한류의 꿈을 꾸어 본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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