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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팀장의 뉴스분석] 초집중화된 권력의 불행

중앙일보 2017.04.01 01:55 종합 1면 지면보기
어둠이 버티고 선 새벽, 검찰이 마련한 K7 자동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의 얼굴은 그 이상으로 어두웠다. 박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의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 어제 구속수감
전두환·노태우 이어 세번째
“제왕적 권력 문제 없애려면
협치가 대안, 개헌도 검토를
차기 정부에 반면교사 교훈”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말 그대로 ‘수직 낙하’였다. 1995년 11월과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2년, 7년 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는 낙향한 지 1년 후였다. 박 전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119일 만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둔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대통령직이 정지됐고, 3월 10일 파면됐으며, 그로부터 21일 만에 구속됐다.
 
역대 대통령의 추락은 대통령 권력과 그 문화의 이면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경유착을 통해 수천억원을 굴렸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 역시 정경유착의 단면인 박연차 게이트에서 비롯됐다. 박 전 대통령도 “내가 받은 건 한 푼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최순실씨와 ‘경제공동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양손잡이 민주주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의 경제·사회·과학기술·문화·체육 분야의 중앙부서들이 비선 권력 실세의 사적 프로젝트를 집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음을 확인했다”며 “대통령으로 초집중화된 권력의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경유착은 민주주의에 역행한 권력 사용(私用)에 뿌리를 뒀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아무리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라 생각했어도 주체가 대통령 본인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탈근대시대에 전근대·왕조시대적으로 권력을 운용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회 원로들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된 것이 후임 대통령에겐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종 전 수석은 “누가 되더라도 잘못하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는다는 게 이번의 교훈”이라며 “대통령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엄격해졌다는 점에서 당사자는 고통스럽고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장래를 보자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협치’나 ‘연대’가 이후 정국의 대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요구로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로) 정치와 경제가 구분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제왕적 권력의 문제가 해소되려면 정치 안에서의 소통, 즉 여야 파트너십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해법으론 개헌 같은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국회 개헌특위는 대선주자들에게 개헌의지를 밝혀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임혁백 교수는 “당장의 개헌은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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