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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게임·소설로 재탄생 … ‘제5원소’ 등 SF영화에 영감 줘

중앙일보 2017.04.01 01:00 종합 15면 지면보기
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출판만화 ‘공각기동대’의 포스터. 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그 속편인 애니메이션 ‘이노센스’(오시이 마모루)의 포스터. [중앙포토]

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출판만화 ‘공각기동대’의 포스터. 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그 속편인 애니메이션 ‘이노센스’(오시이 마모루)의 포스터. [중앙포토]

네트워크가 지배하고 사이보그와 인간이 공존하는 2029년,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공안 9과는 네트워크나 현실에서의 테러 진압을 주 임무로 하는 총리 직속 특수부대다. 공안 9과의 에이스 쿠사나기는 뇌의 일부만 인간인 사이보그. 쿠사나기에게 정체불명의 해커 인형사를 제거하라는 임무가 떨어지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출판 만화로 시작한 ‘공각기동대’의 진화

‘공각기동대’의 출발은 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출판 만화다. 부제는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껍데기 속 유령). 제목 중 ‘공각’은 ‘공격형 장갑 외골각(攻?型 ?甲 外骨?)’의 줄임말로, 전투력 향상을 위해 옷처럼 착용하는 암 슈트(Arm Suits)를 뜻한다. 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크게 흥행하면서 ‘공각기동대’는 일약 사이버펑크의 고전으로 추앙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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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각기동대’는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며 막강한 팬덤을 구축했다. 95년 엔도 아키노리의 소설 『공각기동대』에 이어 97년 비디오게임이 출시됐다. 2002~2004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공각기동대 S.A.C ’도 유명하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속편 제작도 활발히 진행돼 ‘이노센스’(2004), ‘공각기동대 ARISE’ 4부작(2013), ‘공각기동대 신극장판’(2015) 등이 나왔다. 2011년 TV 영화로 제작된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는 3D로 재편집돼 2013년 국내에 개봉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에선 VR(가상현실) 기술로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공각기동대 신극장판 Virtual Reality Diver’도 나왔다.
 
‘공각기동대’는 수많은 SF 영화에도 영감을 줬다. 뤼크 베송 감독의 ‘제5원소’(1995),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매트릭스’(1999)가 대표적이다. ‘제5원소’에서 여주인공 리루(밀라 요보비치)가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공각기동대’에 대한 오마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08년 스필버그 감독과 드림웍스 픽처스가 마침내 ‘공각기동대’의 실사 영화 제작 판권을 사들이며 전 세계 SF팬들을 흥분케 했다.
 
22년 만에 할리우드 실사 영화로 완성돼 국내 개봉 중인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제작비만 1억1000만 달러(약 123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다. 스칼릿 조핸슨이 원작의 쿠사나기에 해당하는 ‘메이저(소령)’ 역을 맡고, 할리우드 최첨단 기술력을 더한 SF 액션물로 완성했다. 화려한 스펙터클에 비해 원작의 메시지와 캐릭터의 깊이가 희미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샌더스 감독도 “(원작의) 주제 의식은 메이저가 자기 존재에 의구심을 갖는 정도로 다뤘다”면서 “영화의 중심은 메이저의 화려한 액션”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여러 캐릭터를 섞어 만든 듯한 쿠제(마이클 피트)의 존재감도 미약하게 느껴진다. 원작은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래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로 끝맺어 당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다. 반면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대결 구도로 일관하는 영화는 끝내 한쪽 손을 들어주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결말로 나아간다.
 
해외 평단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옛 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견고하고 매력적이다’(엠파이어)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나 진지하게 생각할 부분은 많지 않은 영화’(스크린 인터내셔널)라는 혹평도 존재한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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