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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구속 … 이제 과거는 넘기고 미래를 보자

중앙일보 2017.03.31 19:18 종합 26면 지면보기
대한민국은 또 한번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오욕의 헌정사를 쓰게 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지만, 민주적 선거를 치르게 된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율(51.6%)을 기록한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보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찍었던 국민들의 자괴감은 물론 촛불집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을 외쳤던 국민들 또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 성숙함 입증한 법치에 의한 귀결
대선후보들에 국민의 힘 알려줄 반면교사
갈등 수습하고 국가역량 키울 방안 내놔야

박 전 대통령 개인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는 비극사가 아닐 수 없다. 양친을 모두 총탄에 잃고 18년 동안 은둔하다 정계에 입문, 역사상 첫 부녀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정점을 찍었지만 끝내 임기 중 파면된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수의(囚衣)까지 입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불통’이라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음에도 끝까지 몇몇 측근들하고만 소통했으며, 국정 농단이 드러난 이후에도 자진 사퇴 등 ‘질서 있는 퇴진’을 거부하고 버티기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최순실 같은 비선 실세들의 호가호위를 막지 못한 것만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데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무죄 항변 한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의연함마저 포기한 것이다.
 
헌정사의 오점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구속까지의 사법처리 과정은 외국 언론들이 더 높이 평가하듯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입증해 주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현실권력도 민주적·비폭력적 절차로 끌어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이어, 법치주의에는 성역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는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대선후보들에게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 국민의 힘’을 느끼게 하는 영원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좋든 싫든 ‘박근혜’라는 이름은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동안 탄핵과 구속 찬반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갈등으로 경제위기와 안보 불안 등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극복할 에너지가 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모든 판단을 마무리 사법절차에 맡겨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촛불이건 태극기건 감정에만 치우친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혼란과 분열을 부추겨 이를 정쟁거리로 이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투명한 권력 행사가 이뤄지도록 감시·견제할 수 있는 개헌 등 제도적 정치개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선까지는 38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혼란과 갈등을 수습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불통과 비선에 기대 권력을 향유할 생각은 애당초 품지도 말아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들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도 눈을 부릅뜨고 그런 후보들을 솎아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사태가 또다시 도래하는 건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국가·국민적 비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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