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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녀상 시비 걸며 독도 도발하는 일본의 양면성

중앙일보 2017.03.31 19:17 종합 26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의무교육하도록 하는 초·중 과정 학습지도요령을 어제 확정 고시했다. 지난주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북방 4개 섬과 함께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기술한 고교 교과서를 무더기로 검정 통과시켰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부추기겠다는 의도다. 한·일 관계의 뿌리를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고유영토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2000년대 이후 우경화 흐름을 타고 집요하게 독도를 영토분쟁 대상으로 삼으려 시도해 왔다. 2001년 침략을 미화하는 군국주의 사관이 담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교과서를 검정하고 2008년 ‘한국과 일본 간에 독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의 중학교 해설서를 발간했다. 급기야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정권이 교사들에게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반드시 가르치라’고 강제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정권마다 한 번씩 하던 ‘반성한다’는 언급도 아베 정권에선 사라졌다. 그러면서 이웃나라의 역사와 주권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태는 ‘한·미·일 동맹’ 강화의 흐름과도 양립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미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와 군사정보교류협정을 수용했다. 북핵 대응과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독도 도발로 불안한 협력 관계마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일본이 양국 관계의 진정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독도 도발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계 극우단체의 소송을 기각했다. 우긴다고 과거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 국가 간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교훈을 일본 정부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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