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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비자를 스마트폰으로 5분만에?

중앙일보 2017.03.31 12:00

권위의 상징 중국 정부가 스마트해졌다.

 
중국의 정부 기관과 관공서들이 경쟁적으로 모바일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다. 알리페이, 위챗 등 앱 서비스들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 공공기관 잇따라 모바일 앱 출시
공산당원 웨이보 조회수 14억건 육박

 
스마트폰으로 비자 발급받는다
싱가포르 여행을 앞둔 중국인 왕씨.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하게 비자를 신청했다. 여권 정보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만 하면 끝이다. 채 5분이 안 걸린다. 더 이상 비자 신청을 위해 관공서에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알리페이 비자 신청 서비스 화면 [출처: 바이두]

알리페이 비자 신청 서비스 화면 [출처: 바이두]

스마트폰 앱으로 공공서비스 처리가 가능해진 덕이다. 2017년 3월 현재 알리페이, 위챗 페이 등 스마트폰 결제 앱은 56개 이상의 공공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비자 신청, 공립병원 접수, 전입 신고 등이 대표적이다. 과정도 단순해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처리가 이뤄진다.
 
일부 스마트한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371개 도시, 2억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모바일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성 전 지역에 통일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저장성의 경우, 지금까지 모바일로 납부된 공과금이 27억 위안(약 4400억원)에 달한다.    
 
과거 불통과 답답함의 대명사였던 중국 행정서비스들이 알리페이와 위챗 등 IT 기업들의 모바일 인증 및 결제 인프라를 만나 업무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출시된 베이징 차오양구의 공안 앱 차오양췬중 [출처: 바이두]

얼마 전 출시된 베이징 차오양구의 공안 앱 차오양췬중 [출처: 바이두]

아예 자체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공공기관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 차오양구 공안(경찰)이 치안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차오양췬중(朝陽群?)'을 출시했다. 범죄 신고는 물론 미아 찾기, 실종 신고, 차량 조회 등 서비스들을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촬영 영상과 위치 정보가 즉각 공안에 전달되는 '신고' 기능이 화제가 됐다. 출시 이틀 만에 다운로드 수가 200만 회를 넘어섰다.    
 
중산대학 공공관리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6월 현재, 이 같은 공공 서비스 관련 앱의 숫자가 312 개에 달한다. 70개 주요 도시 중 약 69곳이 앱을 출시했다.  
다양한 중국의 행정서비스 앱 [출처: 바이두]

다양한 중국의 행정서비스 앱 [출처: 바이두]

단순한 교통정보 제공 앱부터, 사회보장제도 안내 서비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약 80%에 달하는 261개 앱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앱들의 누적 다운로드 숫자는 3000만 회에 육박한다.  
 
이를 두고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적지 않은 시민들이 이전에는 장시간 줄을 서서 처리해야 했던 행정 업무들을 이제는 차안이나, 침대에 누워 간편하게 해결하고 있다"며 "동시에 행정 효율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산당, SNS를 시작하다
모바일은 단순히 업무 방식만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SNS를 활용하는 행정기관들이 늘면서 대중과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지방정부와 각급 행정 기관들이 개설한 웨이보(중국판 페이스북) 계정수가 24만 개가 넘는다. 같은 기간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공식 계정(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와 같은 기능)을 만든 행정기관의 수도 10만 개 육박한다. 반년 만에 4만 3000개나 늘었다.
산시성 정부가 발표한 각 지역 웨이보 계정 영향력 평가 [출처: 바이두]

산시성 정부가 발표한 각 지역 웨이보 계정 영향력 평가 [출처: 바이두]

단순히 숫자만 증가한 게 아니다. 만들어 놓고 방치되는 우리나라 관공서들의 SNS 계정과 달리, 이들 계정의 평균 구독 횟수는 10만 회를 넘는다. 가장 팔로워가 많은 계정 '공산당원'의 경우 약 2144 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데, 누적 클릭수가 13억 7000만 건이다. '좋아요'도 177만 개가 달렸다.  
 
이와 관련해 선양 칭화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중앙 정부가 인터넷과 대중 소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지방정부와 각급 행정 기관들이 SNS 계정 설립 및 관련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SNS라는 플랫폼 환경에 맞게 행정 기관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격식도 소프트하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기관들이 이미지나 동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 바이두]

행정기관들이 이미지나 동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 바이두]

실제로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지방 정부의 위챗 공식 계정에 접속하면 새로운 정책을 보기 쉽게 정리한 이미지, 동영상 자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기존의 딱딱한 문장과 전문용어로 가득했던 관공서 홈페이지 게시판 자료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일례로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얼마 전 모바일 뉴스앱 진르터우티아오(今日??, 투데이 헤드라인)에 계정을 만들었다. 최고 인민법원은 현재 이 계정을 통해 6억 명에 달하는 앱 이용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새로운 법률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주요 재판이 있을 때마다 모바일 현장 생중계도 내보낸다. 개설 몇 주 만에 팔로워가 20만 명까지 늘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정기적으로 위챗, 웨이보, 진르터터우티아오 등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공공기관 계정의 영향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공격적으로 SNS 계정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상시에 사용되는 민원 '핫라인'도 sns를 만나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공상총국은 지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기간 핫라인 번호를 계정으로 한 위챗 공식 계정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로써 중국인들은 해외에서 긴급한 일이 생겼거나,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했을 때, 마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쉽게 민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으로 민원 처리 과정 모니터링도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중국 사법 당국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인터넷을 통해 압류품 경매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화 콘텐츠 당국이 텐센트 등 게임 서비스 업체들과 함께 청소년들의 건강한 게임 습관을 위한 온라인 관리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공공부문 개혁
 
중국 정부가 행정 서비스 전반에 인터넷을 접목하는 '인터넷 + 정무(政?) 프로젝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인터넷 + 정무서비스 발전 촉진을 위한 지도 의견'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17년까지 각 성의 인민정부와 국무원 유관 기관을 연결하는 하나의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각 공공서비스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모든 서비스를 대중에 개방키로 했다.  
 
나아가 2020년까지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연동된 하나의 공공서비스 플랫폼을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2016년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 + 공공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위해 각 부처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며 "공공 부문이 국민과 기업들에 장애물이 되거나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양회 정부업무보고 문서 상단에 QR코드가 삽입됐다. 중국 정부의 행정 서비스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출처: 바이두]

2017년 양회 정부업무보고 문서 상단에 QR코드가 삽입됐다. 중국 정부의 행정 서비스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출처: 바이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중국 공산당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간정방권(簡政放權)'과 맞닿아있다고 분석한다. 간정방권이란 국가 주요 기관의 행정체계를 간소화하고 중앙 권력을 하급 기관들에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3년 추진되기 시작한 이후, 시진핑 정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국무원 상무회의는 간정방권 작업의 일환으로, 현행 법률에 맞지 않거나 창업,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성 문건 506건을 모두 폐지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간정방권을 재차 강조하며 "행정 간소화와 권력 이양 통한 창조적인 감독관리방식이 부패가 서식할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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