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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마법

중앙일보 2017.03.31 08:00
2000년대 초반, 상대적으로 싼 물가와 집세 덕분에 유럽의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몰려들면서 노령화되던 세계의 대도시들과 달리 베를린은 젊은 에너지가 넘쳤다. 힙스터와 자유와 열정이 넘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시크함이 도시를 물들였다. 그 결과, 베를린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부상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집세는 두 배로 올랐고, 미테와 크로이츠베르크에 모여 살던 아티스트들은 더 외곽의 변두리 지역으로 밀려났다. 거칠고 투박했던 장소들은 세련되고 고급스런 바와 레스토랑으로 변모했으며, 정부와 기업 차원의 투자 및 개발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은 여전히 뜨겁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중심에 자리하면서도 베를린은 여전히 전 세계의 여행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도시가 어느 한 방향으로만 일방적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저명한 컬렉터들이 몰려와 갤러리를 열지만, 베를린에는 작은 독립 갤러리도 몇 백 개가 공존한다. 85년 동안 버려져 있던 폐공항은 베를린 시에서 대규모 주택 단지를 만들려고 추진했다가, 시민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채 시민공원으로 개방됐다(여기서는 360도 사방이 탁 트인 활주로의 비현실적인 지평선을 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숍이 늘어나지만 쓰던 물건을 내다파는 벼룩시장도 건재하고, 오래된 장소들은 없애는 대신 그 낡은 공간을 살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도시 전체에 흐르는 창조적인 에너지와 패기가 여전히 살아 있다.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획일화되지 않는 도시의 기운이 언제나 마법처럼 끌어당긴다.
베를린 도시의 상징, TV타워

베를린 도시의 상징, TV타워

베를린에서 가장 세련되고 비싼 동네로 떠오른 미테 지역. 하지만 도시 곳곳에는 아직 이런 그라피티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세련되고 비싼 동네로 떠오른 미테 지역. 하지만 도시 곳곳에는 아직 이런 그라피티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미테 있는 잠룽 보로스(SAMMLUNG BOROS) 갤러리. 히틀러 시대에 지어진 벙커가 베를린에서 가장 저명한 컬렉터 크리스티안 보로스의 개인 갤러리가 되었다.

미테 있는 잠룽 보로스(SAMMLUNG BOROS) 갤러리. 히틀러 시대에 지어진 벙커가 베를린에서 가장 저명한 컬렉터 크리스티안 보로스의 개인 갤러리가 되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우리나라로 치면 시청광장 같은 위치에 히틀러 시대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위한 추모 광장이 조성됐다. 2711개의 거대한 묘비를 세워둔 것 같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우리나라로 치면 시청광장 같은 위치에 히틀러 시대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위한 추모 광장이 조성됐다. 2711개의 거대한 묘비를 세워둔 것 같다.

템펠호프 공항. 베를린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다. 오래 방치된 공항을 개발하지 않고 시민 공원으로 개방했다.

템펠호프 공항. 베를린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다. 오래 방치된 공항을 개발하지 않고 시민
공원으로 개방했다.

수프레 강변 부근의 어느 바.  베를린에는 키치하고 아방가르드한 기운도 가득하다.

수프레 강변 부근의 어느 바. 베를린에는 키치하고 아방가르드한 기운도 가득하다.

장크트 오베르홀츠(ST. OBERHOLZ) 카페. 디지털 시대의 보헤미안들이 만나는 카페. 거의 매 테이블마다 맥북을 놓고 뭔가에 열중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장크트 오베르홀츠(ST. OBERHOLZ) 카페. 디지털 시대의 보헤미안들이 만나는 카페. 거의 매 테이블마다 맥북을 놓고 뭔가에 열중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베를린에서는 근교 호수나 공원, 강변 카페가 선탠 장소로 인기다. 여름에 인기가 많은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근처의 카푸치노 클럽 전용 강변.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베를린에서는 근교 호수나 공원, 강변 카페가 선탠 장소로 인기다. 여름에 인기가 많은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근처의 카푸치노 클럽 전용 강변.

세계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블루의 작품.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한 건물에 그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이 일대에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질 거란 소식이 돌자 블루가 하룻밤 사이에 자신의 작품을 다 지워버린 것. 그러고는 가운뎃손가락만 편 형태의 그림을 희미하게 그려놓았다.

세계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블루의 작품.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한 건물에 그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이 일대에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질 거란 소식이 돌자 블루가 하룻밤 사이에 자신의 작품을 다 지워버린 것. 그러고는 가운뎃손가락만 편 형태의 그림을 희미하게 그려놓았다.

1835년 베를린 최초로 세워진 유대인 여학교 건물 1층에 오픈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파울리 잘(Pauly Saal). 실제 사이즈의 로켓이 소품으로 장식되어 눈길을 끈다.

1835년 베를린 최초로 세워진 유대인 여학교 건물 1층에 오픈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파울리 잘(Pauly Saal). 실제 사이즈의 로켓이 소품으로 장식되어 눈길을 끈다.

WRITER & PHOTOGRAPHER 이동미('타임아웃 서울' 편집장)
EDITOR 김강숙 (kim.kangso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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