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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중국이 사드 출구 찾는다고?

중앙일보 2017.03.31 06:00
요즘 일각에서 한국과 중국이 '사드' 출구 전략을 마련 중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사드 보복이 겉으로는 시원해 보이나 중국도 손해가 만만치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싸합니다. 그래서 차이나랩이 확인을 해봤습니다.  
왜 출구 전략 얘기가 나오나.
# 지난 3월 21일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지요. 중국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회 위원 자격이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출구 전략?
아직 없습니다.
교수 몇 명이 부당성을 알린다고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취하고 있는 그 많은 보복 조치 중
취소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들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예방했습니다. 또 한국외교협회와 간담회, 아산정책연구원에서의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간담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외교자문단 일원인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 동포영사대사와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를 했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등 전직 고위 외교관과도 면담 행보를 이어갔지요.    
왕잉판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사진 신화망]

왕잉판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사진 신화망]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인지라 이들의 방문은 당연히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한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해결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도  “임 차관과의 면담에서는 최근 한중관계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왕 전 부부장은 석동연 전 대사와의 면담에서 "한중관계가 등관작루(登觀雀樓:관작루에 올라)처럼 되길 바란다"는 한국 측의 덕담에 놀라며 '사드 문제로 한중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데 공감을 했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사드 출구전략의 전조로 보입니다. '등관작루'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이 쓴 한시로, '천 리를 더 널리 보고 싶어 관작루를 더 오른다'는 내용. 이 시는 관작루를 소재로 한 시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중국에서는 2012년 중학생들이 이 시를 최고의 '당나라 시'로 선정하기도 했지요.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사진 중앙포토]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사진 중앙포토]

#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3월 13일 공공외교 학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많은 국가와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를 이유로 한국 및 롯데 등에 경제제재를 가하면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경제제재는 자칫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방휼지쟁(蚌鷸之爭·조개와 도요새가 싸우다 어부에게 둘 다 잡혀가는 상황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중단하라는 얘기지요. 그의 발언을 개인의 소신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베이징 대 교수 이전에 정치 협상 회의(중국 정치 자문기구) 상무위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중국 정부가 한국에 보내는 신호라는 생각도 듭니다. 빨리 사드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적인 한중 관계로 되돌아가자는 시사로 볼 수도 있지요.  
 
# 이 밖에도 사드 출구 전략 혹은 사드 탈출 전략을 의심할 만한 예는 많습니다. 사드 보복을 계속할 경우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어떤 형태든 사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 사드 보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해외 언론, 가시화되는 중국 경제 피해 등등.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성균 중국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한중 (학술) 교류 측면에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것 같은데 이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국제 여론 악화 등 중국에 돌아오는 부메랑에 부담을 느낀 측면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든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는 있겠지만 사드 이전의 한중 관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한산한 인천공항 [사진 중앙포토]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한산한 인천공항 [사진 중앙포토]

정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 익명을 전제로 한 외교부 고위 관리가 밝힌 '불편한 진실'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출구 전략? 아직 없습니다. 교수 몇 명이 보복의 부당성을 알린다고 중국이 당장 보복을 그만둔다거나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보복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취하고 있는 그 많은 보복 조치 중 취소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왕잉판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일행이 얼마 전 왔는데 (중국의)출구 전략과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사드가 배치되고 나면 더 큰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엄포를 하고 갔지요. 준단교 이상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요. 물론 한중 관계가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립 서비스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의 보복보다 더 강한 보복 조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드 [사진 중앙포토]

사드 [사진 중앙포토]

# 역시 익명을 전제로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의 말입니다.  

중국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미권 언론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 보내고 있는데 최근엔 남미와 유럽 언론까지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겉으로는 한국과 교류를 계속하는 것처럼 위장전술을 쓰고 있어요. 최근 양국 학자들 간 교류가 하나둘씩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해외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전술로 보입니다. 실제 보복 내용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해결 방법은 없나
# 청와대와 외교부 관리들을 상대로 취재를 해 봤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이겁니다.  
우선 다음 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기대를 합니다. 사드는 근본적으로 미중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 풀도록 하겠다는 얘기죠. 다행히 미국 내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3월 23일(현지시간)이죠. 미국 하원이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발의했지요. 결의안 발의에는 마이크 로저스(공화당)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 마이크 켈리(공화당), 제리 코널리(민주당), 피터 로스캠(공화당), 에이미 베라(민주당), 톰 마리노(공화당) 등 여야가 초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코널리·켈리 의원 등은 의회 내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소속입니다. 미 의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거지요.  
황교안 총리가 미 하원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황교안 총리가 미 하원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 국제 여론 전술도 쓰겠다고 합니다. 성공한 예가 있다고 하네요. 2014년 9월 중국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시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이 있었습니다. 중국 해군이 베트남 어부를 구타하는 등 분위기가 살벌했지요. 이때 베트남 국민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반중 시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양국 갈등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당시 국제 사회는 베트남 내 반중 여론이나 시위 때문에 중국이 양보를 한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베트남의 국제 여론전에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있는 베트남 외교관들이 적극적으로 현지 언론을 접촉해 중국의 폭력성, 비합리성, 비 이성적 행태를 고발했기 때문이죠. 국제 여론이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 당국이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외교부도 베트남을 따라 하겠다...뭐 이거네요.
베트남 반중 시위 [사진 JTBC]

베트남 반중 시위 [사진 JTBC]

# 중국과 경쟁하는 인도와 협력한다는 구상도 있다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안 되니 합종연횡을 하겠다는 거지요. 국방부가 올해 초 작성된 내부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정부 당국자는 “여기에 일본까지도 합류해 ‘한ㆍ미ㆍ일ㆍ인’ 협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지요. 


특히 한국과 인도는 단순한 외교 협력을 넘어 국방분야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베트남과의 전방위 협력도 고려 대상 중 하나입니다. 허나 이 전략은 아직 초보 단계라 아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반발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커 역효과도 고려하며 추진해야 합니다.
인도의 첫 국산 항모 진수식 [사진 중앙포토]

인도의 첫 국산 항모 진수식 [사진 중앙포토]

# 가장 강력(?)한 방안은 차기 정부로 해결을 미루는 것입니다. 여러 명의 관리들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현 정부에서 중국 측 관계자를 만나려 해도 상대를 안 해준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사실 국가 리더십이 실종된 현 상황에서는 중국과 책임 있는 대화나 협상이 쉽지 않겠지요. 하여 정부는 대미 외교와 국제 여론 전술을 병행하되 대선이 끝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복지부동'이 최고의 비밀(?)전략이라는 뜻 아닌가요?
향후 한·중 관계는
사드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사드 이전의 한중 관계, 즉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사드 보복으로 한국은 더 이상 중국을 미래 동반자 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위협, 한반도 통일의 장애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굳어졌지요. 특히 경제 문제에서 대중 의존도를 갈수록 줄이려고 할 게 뻔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을 동반자라기보다는 미국의 맹방,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으로 여길 것입니다. 양국 간 신뢰는 이미 금이 갔고 시간이 흘러도 그 금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이희옥 성균 중국연구소장은 이렇게 전망합니다.

사드 배치 후 중국은 한국을 더 이상 양자 관계로 보려 하지 않고 대미 관계 속 변수의 일부로 볼 게 뻔하다. 그래서 사드 이전으로 회복은 어렵다고 본다. 차기 정부는 우선 북핵 민감도를 낮춰 사드 해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북핵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가 불필요하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미 안보 협력이 한국의 MD(미사일 방어 체계) 편입이 아니라는 걸 중국이 믿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는 9월 6~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 경제 포럼’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양국 지도자가 진솔하게 대화를 하면서 북핵과 사드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열강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문제 [사진 중앙포토]

열강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문제 [사진 중앙포토]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얼마 전 세종 연구소가 중국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사드 관련 세미나를 했지요. 이후 리포트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 아이디어가 많은데 차기 정부가 참고하면 좋을 겁니다.

이 역시 차기 정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얘기네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중국은 현재 사드 출구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보복을 더 강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선도 중요하지만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까지 손 놓고 있으면 안 됩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정부든 국민이든 말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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