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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은 예사, 지그재그 곡예운전도 … 전주 한옥마을에 전동킥보드 주의보

중앙일보 2017.03.31 03:26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 29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를 탄 10대들이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을 질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9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를 탄 10대들이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을 질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9일 오후 전북 전주 한옥마을 내 태조로. “웽”하는 굉음과 함께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를 탄 10대 10여 명이 비탈길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원동기면허증·운전면허 필요하나
자격 없는 10대 초·중등생에 대여
“영업경쟁 탓에 안전 소홀” 지적도
현 도로교통법상 규제 근거 미흡
전주시는 규정 없어 업주 계도만

수학여행차 전주를 찾은 부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은 경사가 40도가 넘는 차도를 롤러코스터 타듯 지그재그로 운전하거나 역주행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내리막길에 있는 과속방지턱 등을 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에선 인파 속을 뚫고 인도 위를 질주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헬멧조차 쓰지 않았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에 전동기를 즐기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복을 입은 여성 관광객들이 전주한옥마을 내부 교차로에서 헬멧도 쓰지 않고 전동스쿠터를 모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한복을 입은 여성 관광객들이 전주한옥마을 내부 교차로에서 헬멧도 쓰지 않고 전동스쿠터를 모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시에 따르면 2015년 8월 한 40대 남성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뒤로 넘어져 뇌진탕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기 대여업계 관계자는 “당시는 가속기 기술이 미흡했는데도 급출발을 하다가 갑자기 앞바퀴가 들려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고 내용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한 업주들이 쉬쉬해서다. 그 사이 한옥마을에 문을 연 전동기 대여업체는 1년여 만에 22개로 늘었다.
 
전동기는 보통 1시간 빌리는 데 1만~2만원이다. 평균 시속이 20㎞ 안팎이지만 어떤 제품은 40㎞까지 낼 수 있어 사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민들 역시 전동기가 늘어난 이후 크고 작은 사고를 목격했다. 주민 이모(47)씨는 “차도나 인도 가릴 것 없이 전동기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자동차나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여점 업주들은 “전동기는 안전한 관광상품”이라고 주장한다. 업주 안수길(41)씨는 “한옥마을을 도보로 둘러보기엔 너무 넓다 보니 관광객들이 작동법이 단순한 전동기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과 대여점 업주들의 입장이 상반된 것은 전동기와 관련된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다. 전동킥보드 등은 도로교통법상 최고 정격출력 0.59㎾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로 분류돼 ‘원동기장치자전거’에 속한다. 이를 근거로 원동기면허증이나 운전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만 운전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진다.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타는 것도 불법이다.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진 10대 남학생이 킥보드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진 10대 남학생이 킥보드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하지만 정작 전국 주요 관광지를 누비는 전동기는 0.59㎾ 이상인데도 법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 현행 도로교통법만으로는 규제할 근거 자체가 없는 셈이다.
 
이런 법적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무소속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은 전동휠과 전동킥보드 등을 ‘전동 이동장치’로 정의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동 이동장치의 차도 통행을 금지하고 자전거도로나 보도로 통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홍 의원은 “전동 이동장치에 대한 교통법규를 마련함으로써 도로에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익철 전주시 한옥마을지원과장은 “법 규정 자체가 없으니 사고 위험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안전계도 위주의 단속이나 권고만을 하고 있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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