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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고작 1000명? 표본 추출 정확했다면 지지율 믿을 만

중앙일보 2017.03.31 02:21 종합 10면 지면보기
여론조사는 공천 전략에서 대선후보 단일화에 이르기까지 현실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큰손’이다.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총선 때 여론조사가 사상 최악의 실패를 겪으면서 불신은 커진 상태다. 1차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이 ‘날림 조사’를 남발하면서 자초한 것이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와 정파적 루머가 겹쳐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시중에 나도는 여론조사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검증해 봤다.
 

대선 여론조사 오해와 진실
‘1000명 표본에 응답률 10%’는
1만 명에게 물어 1000명이 답한 것
표심 감춘 ‘샤이 보수’ 있다는 주장
규모는 몰라도 사실일 가능성 커

자료:한국갤럽

자료:한국갤럽

①“유권자가 4000만 명이 넘는데 고작 1000명 조사한 결과를 믿으라?”=여론조사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다.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1000명 정도만 조사하면 전체 여론의 윤곽이 나타난다는 것은 수학 원리다. 인구가 3억 명이 넘는 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여론조사 표본수는 1000명 정도다. 다만 표본을 정확하게 무작위 추출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표본 추출이 정확하게 되지 않으면 10만 명을 조사해도 엉터리 결과가 나온다.
 
②“표본수 1000명에 응답률 10%라면, 고작 100명 조사?”=최근 여론조사 응답률이 공표되면서 이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표본 1000명, 응답률 10%’란 건 1000명 중 100명만 조사했다는 뜻이 아니다. 1000명을 채울 때까지 응답한 비율이 10%였다는 의미다. 1만 명을 조사해 1000명의 답변을 받은 것이다.
 
③“최근 보수층의 응답 거부로 여론조사 응답률이 떨어졌다”=요즘 보수 진영에서 주장하는 얘기다. 사실과 다르다.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 응답률이다. 2015년 상반기 평균 16%→2015년 하반기 19%→2016년 상반기 21%→2016년 하반기 22%→올해 3월까지 20%로 오히려 응답률이 올라가는 추세다. 다만 최근 스마트폰에 ‘스팸전화 차단 앱’을 설치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화가 왔을 때 ‘여론조사’라는 표시가 뜨면 수신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응답률 계산에 안 잡힌다. 이런 식의 수신 거절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응답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④“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샤이 보수층’이 있다”=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자 보수층이 여론조사를 기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샤이 보수층’이 있더라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22일 자유한국당 주최 세미나에서 “지난해 12월 탄핵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이 5%로 마감된 반면, 요즘에는 탄핵 반대 여론이 20%가량으로 나타났다”며 “10∼15%가량은 숨은 보수 표심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⑤“A후보 30%, B 후보 26%면 A후보 우세?”=여론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차범위가 생긴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라는 말의 의미는 뭘까. 가령 A후보 지지율 30%, B후보 지지율 26%일 경우다. A후보 실제 지지율은 26.9~33.1%, B후보 실제 지지율은 22.9~29.1%일 가능성이 95%란 뜻이다. 이 경우 여론조사에선 A후보가 앞서도 실제론 B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
 
⑥“총선 때 틀린 여론조사가 대선에 맞겠나”=총선 여론조사는 좁은 지역구를 상대로 실시하기 때문에 대표성 있는 표본 추출이 어렵다. 반면에 대선 여론조사는 전국 유권자가 대상이어서 성·연령·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표본 추출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 때문에 총선보다 대선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다. 신창운 덕성여대 초빙교수는 “역대 총선 여론조사는 실제 개표 결과와 크게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선 결과는 여론조사와 매번 일치했다”고 말했다.
 
⑦“여론조사는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사실이다. 조사 방식이 전화면접조사냐, ARS냐, 집전화냐, 무선전화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집전화는 보수 후보가, 무선전화는 진보 후보가 유리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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