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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최첨단 기업엔 법인세 면제 … 말레이시아, 외국인 투자 4배 급증

중앙일보 2017.03.31 01: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요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거대 시장을 낀 중국·인도 같지만 성장률로 보면 의외로 말레이시아가 단연 선두다. 지난해 8월 나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뤄진 말레이시아 내 FDI는 70억 달러(약 7조8300억원). 이는 14억 달러(약 1조5700억원)에 그쳤던 2009년보다 400% 이상 늘어난 수치로 UNCTAD가 조사한 153개국 중 가장 높다.
 

해외인력 취업 쉽게 비자도 바꿔
쿨림 산업단지, 인텔·바스프 등 몰려
‘말레이 실리콘밸리’로 발돋움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외국인 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 나라 정부는 외국 투자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제 혜택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뽑힌 기업들에는 ‘개척자 자격(Pioneer Status)’이란 인증을 주고 5년간 법인세의 30%를 깎아준다. 게다가 이런 회사 중에서도 최첨단 기업으로 분류되면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 5년간 법인세를 전혀 안 내도 된다.
 
세제 혜택뿐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에 외국 기업이 몰리는 데에는 인력, 특히 첨단기술 전문가들의 유입을 쉽게 해주는 유연한 노동정책도 큰 몫을 한다. 과거 말레이시아는 취업비자 얻기가 무척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 한때 “말레이시아에서 취업비자 얻기가 미국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1969년 중국계와 말레이계 사이에서 벌어진 인종 폭동이 외국 이민자들 때문이라는 믿음이 작용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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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의 고급 인력 수혈이 필수적임을 깨달은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이주정책을 대폭 바꿨다. 기존의 취업비자는 국내 기업에 정식으로 취업할 경우에 한해 발급해 줬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해외 첨단 인력이 말레이시아에서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전문직 방문 패스(Professional Visit Pass)’라는 사실상의 새로운 취업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해외 기업에 소속돼 있더라도 만 1년 동안 말레이시아 내에서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굳이 말레이시아 회사로 이직하지 않더라도 정식으로 일할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쿨림 첨단 산업단지 ’다. ‘말레이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곳은 이 나라의 유연한 정책이 어떤 성과를 낳았는지 단박에 알게 한다. 18㎢에 달하는 이곳에는 인텔·바스프·파나소닉 등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해 30여 개의 첨단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1996년 세워진 이 첨단 단지에서 이들이 매진하고 있는 분야는 항공, 반도체, 고밀도 저장 기술, 태양광 셀 등이다. 입주 기업의 상당수는 외국계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한 말레이시아 업체들이다. 이들은 외국 기업과 함께 일함으로써 저절로 첨단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된다. 또 이들 중 적잖은 업체가 일단 동남아 지역에서 선발주자로 발돋움한 뒤 실리콘밸리로 넘어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3달러(약 1127만원). 세계 평균(1만23달러)과 가장 가까운 중진국이다. 그럼에도 선진국 못지않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송도경제자유구역 등을 설립해 놓고도 변변한 외국 업체 하나 제대로 불러오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성공 스토리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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