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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주식·채권 투자자들 까맣게 속탄다

중앙일보 2017.03.31 01:00 경제 5면 지면보기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주식·채권 투자자도 긴장하고 있다. 언제쯤 주식이 다시 거래될지,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을지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처리 결과에 달려있어서다.
 

감사보고서 ‘한정’ … 관리종목 추락
거래정지 상태라 당장은 변화 없어
채무조정 못하면 거래 재개 불투명
2년 연속 같은 의견 땐 상장도 폐지

한국거래소는 지난 29일 삼일회계법인이 ‘한정’ 의견을 낸 대우조선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30일엔 대우조선을 5월 11일부터 코스피200지수에서 제외한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은 분식회계로 인해 이미 지난해 7월 15일부터 거래 정지 상태다. 주가는 4만4800원에 멈춰있다. 따라서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해 당장 큰 변화는 없다. 만약 2017년 감사보고서까지 2년 연속 한정의견이 나오면 상장 폐지된다.
 
감사보고서란 기업의 감사인이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의견을 담은 보고서다. 각 회사의 사업 보고서에는 감사보고서가 첨부돼야 한다.
 
감사인은 ▶적정 ▶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중 하나를 정한다. 한정 의견이 2년 연속 나오거나, 부적정·의견거절이 한 번 이라도 나오면 상장 폐지된다.
 
예정대로라면 대우조선의 주식 거래 재개 여부는 1년 간의 경영개선 기간이 끝나는 9월 28일 이후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 임원의 배임·횡령과 분식회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영업이나 재무 상태뿐 아니라 내부통제 개선 여부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심사를 통과하면 10월 중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
 
자료: 코스콤·금융감독원

자료: 코스콤·금융감독원

그러려면 8월 말에 나올 상반기 결산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현재 2732%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대로 채무조정을 전제로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면 부채비율은 25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건은 채권자, 그중에서도 회사채 투자자들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느냐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다음달 17, 18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50% 출자전환+3년 만기 유예’ 안을 가결시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이라도 받는 게 나을지, 아니면 일종의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갈지를 택해야 한다.
 
현재로선 정부가 제시한 50% 출자전환안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전체 회사채의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30일 산업은행·대우조선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신뢰할만한 객관적인 수치가 필요하다”며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일단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하지만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청와대를 포함한 어떤 정부 관계자도 함부로 기금운용본부에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료: 코스콤·금융감독원

자료: 코스콤·금융감독원

다른 기관·개인투자자들 사이에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 대우조선과 산은이 정한 출자전환 주식의 전환가액이 4만350원으로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대주주인 산은이 추가 감자를 통해 손실을 더 부담하고, 대우조선 노조가 임금 반납 등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채무재조정을 압박하면서 채권시장에선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전환가액 추가 할인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 관계자는 “4만350원은 지난해 11월 산은이 1조8000억원을 출자전환했을 때와 같은 조건”이라며 “이보다 더 깎아주면 사채권자에게 특혜를 주게 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추가 감자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 산은이 약 6000만주를 전량 소각하고 유상증자 때 취득한 주식도 10대 1로 감자했기 때문에 책임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만약 대우조선과 채권단이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 설득에 실패해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부결된다면 대우조선은 P플랜으로 직행하게 된다. P플랜 신청 시기는 회사채 4400억원 어치 만기가 돌아오는 4월 21일 전이 유력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현안보고에서 “P플랜으로 가면 (채무조정안보다) 채권 손실이 더 클 것이 분명하다”며 “국민연금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이새누리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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