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수와 하수의 차이

중앙일보 2017.03.31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4강전 1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5보(51~57)=나이가 들면서 삶의 지혜가 생기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처럼, 바둑도 실력이 늘수록 판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긴다. 당장의 작은 이익에 급급한 대신,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결국 시야의 넓고 좁음에 달려있다.


기보

기보

흑51로 뻗어 백이 둘 차례다. 여기서 대부분의 하수는 우하귀 흑마가 미생인 걸 직감한다. 그리고는 수읽기에 골몰해 '참고도' 진행을 찾아내고선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물론 어느 정도 수읽기가 되는 하수다.) 상대 돌을 잡아 우하귀를 통째로 손 안에 넣을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신명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순간의 기쁨은 여기까지. '참고도' A에 흑돌이 날아오는 순간, 우상귀는 물론 중앙까지 거대한 흑 세력이 뒤덮인다. 하수는 그제야 '어라,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참고도

참고도

고수는 다르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벌어질 다음 상황까지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은 52로 우선 자신의 돌을 정비한다. 그런 다음 54로 흑돌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 커제 9단이 흑55로 내려서자 무리하게 잡으려 들지 않고 백56으로 두텁게 이어둔다. 이로써 우하귀 전투는 일단락. 하지만 1차전은 아무래도 커제 9단 쪽이 만족스러워 보인다. 선수까지 잡은 커제 9단의 손이 여유롭게 좌상귀로 향하는데….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