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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죽음의 미세먼지’ 무책임한 기준부터 바꿔라

중앙일보 2017.03.31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이소아경제기획부 기자

이소아경제기획부 기자

날이 따뜻한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서울을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와 함께 ‘최악의 공기오염 3대 도시’라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바람 방향이 바뀌고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미세먼지는 흙 먼지나 생활 먼지가 아니다. 황산염·질산염·탄소류와 금속 성분으로 이뤄진 중금속·화학분진이다. 너무 작아서 코나 목에서 걸러지지 않고 기관지와 페포 에 박히거나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며 호흡기 질환과 폐질환, 협심증·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킨다. 면역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치료법도 없다. ‘죽음의 먼지’라고 불리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년 뒤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현실을 보자. 학교들은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인데도 야외 수업을 하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도 보이지 않는다. 몇 년 뒤 아이들이 망가진 건강으로 얼마나 고생을 할지 진심으로 걱정된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당장 어떻게 해결하냐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우선 미세먼지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수준으로 수정하고 그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 WHO의 미세먼지 ‘나쁨’기준은 50㎍/㎥부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1~80㎍/㎥는 ‘보통’으로 취급한다. 인체에 더욱 치명적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WHO는 일평균 25㎍/㎥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놨다. 이 기준으로 환경부 관측자료를 살펴보니, 3월1~30일 공기가 나쁘지 않은 날은 서울이 7일, 경기도가 4일, 강원도는 5일에 불과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제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이 나쁜 날이라 사람들이 불안해할 수 있 다’고 했다. 국민 건강이라는 본질을 뒤로 팽개친 무책임한 발상이다. 미세먼지 방역 마스크는 개당 2000~3000원에 달한다. 일회용인 점을 감안하면 서민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정부가 지원금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보급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보육시설과 학교를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 이대로라면 에어컨보다 급한 게 실내 공기청정 공조 시스템이다. 또한 미세먼지 ‘나쁨’단계를 넘어가면 유치원과 학교는 수업을 단축한다든가, 야외수업을 금지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지자체와 협의해 마라톤 대회 같은 대규모 야외 행사도 미뤄야 한다.
 
미세먼지는 삶의 질을 넘어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선주자들이 ‘제가 대통령이 되면~’이라고 공약으로 제시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정부에서 나서야 할 긴급 현안이다.
 
이소아 경제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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