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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바이오 퍼스트’, 한국 추월한지 오래

중앙일보 2017.03.30 18:00

바이오 의약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논문을 보면 연구 수준이 질·양적 모든 면에서 놀라울 정도죠. 논문 주제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게 많아 지적재산권 문제부터 바로 알아볼 정도입니다. 그만큼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장신재(54)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장의 말이다. 장 부사장은 지난 3월 이메일에서 “중국이 지적재산권 문제가 많을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바이오 클러스터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조성해 벌써 입주한 기업만 2000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바이오 의약 분야 세계 최고 수준
논문 연구도 모든 면에서 뛰어나
미국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한국보다 부스 2배
중국 정부, 바이오 2020년까지 1700조원 투자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사진 JP모간]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사진 JP모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셀트리온·한미약품·녹십자 등 7개사가 초청받았지만, 중국은 14개사나 됐죠.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만큼 중국 바이오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익명을 요한 국내 바이오기업 한 간부도 전화통화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중국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느껴졌다”며 “화이자·로슈 등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가 중국 기업이냐는 물음도 수차례 받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장 많은 19개의 미팅룸을 쓴 곳도 중국 제약사인 리스(Lee’s)제약이었다.  
지난해 11월 14일 바이오포럼이 열렸다. 국내외 바이오 정책을 공유하고 바이오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행사로 2회째였다. 미 국립보건원, 중국과학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산·학·연·병원 전문가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 동향 브리프' '바이오 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14일 바이오포럼이 열렸다. 국내외 바이오 정책을 공유하고 바이오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행사로 2회째였다. 미 국립보건원, 중국과학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산·학·연·병원 전문가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 동향 브리프' '바이오 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 중앙포토]

그동안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의 한 수 위라고 자부했다. 셀트리온만 하더라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작년 4월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판매를 승인하면서 FDA가 허가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가 됐다. 이보다 앞서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램시마는 유럽에서 누적 처방 환자만 14만 명, 시장점유율만 40%에 육박한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항체 의약품으로 꼽히는 셀트리온의 램시마 [사진 중앙포토]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항체 의약품으로 꼽히는 셀트리온의 램시마 [사진 중앙포토]

중국보다 한 수 위 자부하던 한국 

미국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뒤바뀐 위상 실감, 중국은 이미 부스도 두 배 차지

한국 바이오 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분야로 인식돼 왔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놓칠 수 없는 분야였다. 그러나 중국 바이오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소리소문없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2017년만 해도 각종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중국 기업과 개발 제휴를 맺자는 미국 기업의 요청이 쏟아졌다. 한국은 셀트리온·한미약품 말고는 글로벌 기업의 강한 러브콜을 받는 기업도 딱히 없다. 그나마 완전한 신약개발도 아니고 ‘제네릭(복제약)’이어서 신약 공동개발 후보군에서는 중국 업체가 더 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바이오 분야를 밀어주고 있다. 2016년 12월 19일 발표한 13차 5개년 ‘전략성 신흥산업’에도 바이오가 포함돼 있다. 2020년까지 10조 위안(1700조원)이 투입하는 거대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중국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경제권’의 주축이 이룬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 2020년까지 1700조원 투자

글로벌 ‘바이오경제권’ 주축되겠다!

구체적으로 지원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신약 개발 분야다. 항체약, 신형백신, 희귀병 치료 신약 개발 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의료설비도 새로 개발하고, 병충해에 강한 농약과 종자 등 바이오산업의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두 번째는 바이오산업의 플랫폼 건설이다. 유전자를 비롯해 줄기세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와 바이오 기술을 통해 환경보호나 농산물 검사 등 활용분야를 넓히는 전략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은 2012년부터 첨단장비 제조, 차세대 IT, 신에너지, 신에너지자동차, 신소재, 바이오 등 7개 산업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해왔다”며 “2016년 전략산업에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독일 등 거의 모든 선진국이 밀고 있는 바이오는 분명히 명기돼 있다”고 했다.  
[사진 LG경제연구원]

[사진 LG경제연구원]

중국 바이오·제약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퀸타일즈IMS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제약시장 규모는 2016년 1167억 달러(130조원)에서 2021년 1700억 달러(190조원)로 50% 가까이 성장한다. 헬스케어와 정밀의학 등 차세대 의료서비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미국, 에이메드라는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까지 가동한 일본. 그래도 미국·일본·한국이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중국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에 몰려들고 있다. 특히 전 세계는 ‘바이오 클러스터’ 확보 전쟁 중으로 규모로 보면 미국·독일·중국 순이다. [단위 개, 사진 중앙포토]

중국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에 몰려들고 있다. 특히 전 세계는 ‘바이오 클러스터’ 확보 전쟁 중으로 규모로 보면 미국·독일·중국 순이다. [단위 개, 사진 중앙포토]

190조원대 시장 규모로 성장 전망

미국·유럽에 판매승인 앞 둔 신약도 2개

중국 민간기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바이오·제약기업 차이메디가 자체 개발한 의약품 2개도 곧 서구 제약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2017년 3월 1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프루퀸티닙(fruquintinib)과 사보리티닙(savolitinib)이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프루퀸티닙은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와 공동 개발한 직장암·폐암 치료제이고, 사보리티닙은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손잡고 개발한 신장암·위암 치료제다. 승인절차가 끝나면 이 두 약이 70년대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 이후 중국 기업이 서구 제약시장에 내놓는 첫 처방약이 될 전망이다. 리카싱이 설립한 허치슨왐포아 그룹의 자회사인 차이메디는 암과 염증성 질병 등 7개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진(BeiGene) 같은 경우 종양 연구에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며 2016년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당시 모인 자금은 1억5800만 달러(1760억원), 이 자금으로 4차 임상을 통과한 항암제를 비롯해 다양한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2015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자이랩(Zai Lab)도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미국 글로벌기업 GE는 올해 중국 바이오제약기업인 베이진에 생물약제 공장 모델을 전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베이진 홈페이지 [사진 베이진]

미국 글로벌기업 GE는 올해 중국 바이오제약기업인 베이진에 생물약제 공장 모델을 전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베이진 홈페이지 [사진 베이진]

자이랩처럼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을 사들인 첫 사례도 나왔다. 2016년 중국 칭화홀딩스는 바이오 계열사인 퉁팡캉타이산업그룹는 한국 바이오기업인 바이넥스를 인수했다. 바이넥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및 의약품 제조를 전문 기업이다.  
한국 기업에도 투자 활발  인수합병, 기술제휴 등
기술제휴도 활발하다. 중국 아펠로아제약은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인 지엔티파마와 뇌졸증 치료제의 임상으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2016년 9월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도 임상 3상 통과를 승인했다. 성장호르몬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 벤처 제넥신도 중국 제약회사들과 손잡았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국적도 불문한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중국 당국도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기술뿐만 아니라 중국 바이오·제약 산업이 미국과 유럽에 위협적인 이유를 하나 더 꼽았다. 바로 ‘가격’이다. 그리고 이렇게 밝혔다.

항암제 등 약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미국이 있는 한 중국 제약사가 신약이나 제네릭을 계속해서 개발할 유인은 충분하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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