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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 프랑스는 어떻게 해결했나...머리 맞댄 한불클럽

중앙일보 2017.03.30 16:48
 2017년 대한민국은 심각한 ‘인구 절벽’에 서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은 1.17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다. 고령화 진행속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다. 이대로 가면 한국 인구는 2100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경고까지 나왔다. 반면 프랑스는 1990년대까지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 2.1명으로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5가구당 1가구는 적어도 자녀 3명 이상
"교육·의료비 거의 무료...아이 낳고 싶은 정책"
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저출산 해소

 이처럼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한국·프랑스 양국의 오피니언리더들이 저출산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출범한 지도층 인사들의 모임인 한불·불한 클럽은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제3회 한불 고위 다이얼로그를 개최했다. 홍석현 한불 클럽 회장은 이날 저출산 세션 좌장을 맡아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말했다.
제3회 한불 고위 다이얼로그가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경제 세션: 중국과 미국 시장의 변화와 전망'에서 홍석현 한불클럽 회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토론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7.3.30

제3회 한불 고위 다이얼로그가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경제 세션: 중국과 미국 시장의 변화와 전망'에서 홍석현 한불클럽 회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토론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7.3.30

  
 프랑스 가족아동고령화정책고등위원회의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상임의장은 저출산 극복 비결로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한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자녀가 없는 가구 비율이 매우 낮고 5가구당 1가구는 아이가 적어도 3명 이상이다. 특히 프랑스는  남여 간 동거와 이별이 상당히 자유로운 상황이며 이런 현실이 오히려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프라고나르 상임의장은 "프랑스에선 아주 소수만 결혼한다. 일단 동거 중 아이를 낳고 가능하면 나중에 결혼하는 시스템"이라며 "프랑스 커플은 쉽게 헤어지지만, 또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 자녀를 낳는다"고 말했다. 루이 갈루아 불한 클럽 회장은 "프랑스의 대학교 기숙사에는 커플을 위한 방이 따로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출산이 비교적 많이 이뤄지는 건 양육 전 과정에 걸친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프라고나르 상임의장은 밝혔다. 자녀를 낳고 만 3세까지는 아이 1명당 매달 약 1000유로(121만원)를 지급한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준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정책도 전업주부 중심에서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있을 시간을 갖도록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재정 지원뿐 아니라 육아휴직 후 복직을 보장하거나 조기 퇴직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다. 만 3세 이후로는 지원은 더 많아진다. 아이의 교육비(고등교육까지)와 의료비는 대부분 무료다. 자녀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까지 지원은 계속된다.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에는 사회수당과 세제 혜택도 준다.  
 
 우리나라도 각종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청년실업이나 주거부담 등 경제적 문제로 인해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고 사실상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가사·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한국의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는 144개국 중 116위였다. 프랑스는 17위였다. 저출산이 30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출산 연령대(25~34세)의 여성인구가 급감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이동욱 인구정책실장은 "60년대 산아제한 정책이 80년대까지 이어졌고 반대로 출산장려 정책으로 돌아서기까지 20여년간 이어진 출산정책 공백기가 저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회 한불 고위 다이얼로그가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홍석현 한불클럽 회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좌장으로 열린 '저출산 세션1:양국 인구 추이 및 전망, 직접적 출산 장려 정책'에서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프랑스 가족아동노령화정책고등위원회 상임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7.3.30

제3회 한불 고위 다이얼로그가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홍석현 한불클럽 회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좌장으로 열린 '저출산 세션1:양국 인구 추이 및 전망, 직접적 출산 장려 정책'에서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프랑스 가족아동노령화정책고등위원회 상임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7.3.30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결혼부터 출산·양육까지 종합적인 대응책을 구상하고 있다. 이전에는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이나 무상보육 등 1차적 지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미 도입된 제도를 실천까지 이어지도록 전사회적으로 인식이나 행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저출산은 경제적 문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양성이 평등한 가족정책을 통해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과 미국 시장 변화와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경제 세션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갈루아 회장이 좌장으로 참여해 경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와 교역대상국 1, 2위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 가능성이 커졌다"며 "수출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운송 관련 기업들이 미국 수출을 확대하고 생산시설을 미국 현지로 진출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장-다니엘 불한클럽 사무총장(아스타트인터내셔널 회장)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일방적 관세 부과 등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통상 정책과 관련해 "적대국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한불 고위 다이얼로그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과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외교안보수석),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테판 이스라엘 아리안스페이스 CEO,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 로랑 비지에 CDC 인터내셔널 캐피탈 CEO, 이자벨 트리코 한불 서클 회장 등이 참석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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