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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조선업 위기, 럭셔리 요트산업에 길 있다

중앙일보 2017.03.30 16:08 경제 9면 지면보기
김성환중소조선연구원 원장

김성환중소조선연구원 원장

국내 조선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심화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200억원을 편성해 ‘조선산업 퇴직인력 교육 및 재취업 지원사업’에 나섰다. 중소조선연구원이 주관한 이 사업으로 올해 1월까지 2700여명 중 607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고급 기술 인력 112명은 중소기업의 맞춤형 사업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구조조정 대상자가 6만7000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단기 정책으로는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은 물론 4~5년 후로 예상되는 글로벌 조선업 호황기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
 
국내외적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해양레저산업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사치품으로 분류된 요트 등 레저 선박에 대한 세금 중과 기준을 완화하고 요트 제조 중소 조선업체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해양레저 산업 활성화 방안 발표는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세계해양레저산업협회(ICOMIA)의 조사결과 세계 요트산업 산업 규모는 500억 달러에 달한다(2014년 기준). 국내 요트 인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요트산업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요트생산 업체는 75개에 지나지 않고, 평균 고용인원도 18.5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10명 미만의 영세 업체가 56%를 차지하면서 디자인과 설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한국의 요트산업 수준은 선진국을 100으로 봤을 때 설계기술 60%, 전문인력·디자인 40%,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20%에 지나지 않는다.
 
요트 산업을 육성하려면 조선해양 산업이 몰려 있는 권역 별로 클러스트를 조성해 중소업체간 경쟁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부산·경남 지역의 동남권과 더불어 해양레저 산업의 집약지역인 목포와 영암 등 서남권에 클러스트가 조성된다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이탈리아 비아레지오(Viareggio) 지역이 좋은 예다. 일반 선박 생산업체 세크(SEC)가 2002년 도산하자 12개 요트 업체는 조선소와 유휴 항만시설을 인수했다. 이후 30여개의 레저선박 제조업체와 1000개의 부품생산업체가 밀집한 클러스터가 형성됐고, 세계 슈퍼요트의 약 22%를 생산하고 있다.
 
요트는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도 중요하다. 이탈리아 아지무트 베네띠(Azimut Benetti)는 소비자의 요트 선택 기준이 성능이 아닌 디자인이라고 파악하고 모던한 외관과 섬세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차별화에 성공, 세계적으로 럭셔리 요트 회사로 발돋움했다. 국내 디자인 인력을 양성하고, 고품질의 감성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요트 디자인 기술 지원센터 구축도 필요하다. 지원센터에서는 요트 디자인 개발, 인력양성 및 실제선박 적용기술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고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국내 요트산업이 활성화되면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수출액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속적인 요트산업 지원·육성 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성환 중소조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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