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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측이 영장심사에 준비한 히든 카드는...

중앙일보 2017.03.30 11:48
30일 헌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뇌물죄’ 공방이다.  
 

민법상 재단법인 설립 절차서 힌트 얻어..유효성은 "?"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손범규 변호사가 29일 밤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단에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주장 중 ▶‘미르재단ㆍ케이스포츠재단에 지원관련 뇌물수수’ 주장이 제일 문제가 많음 ▶개별기업이 낸 돈은 모두 재단의 ‘설립’을 위해 낸 출연금임 ▶이와 같은 개별 기업의 출연행위로 재단이 탄생하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이른바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라고 함 ▶즉 기업이 돈을 내는 행위는 재단을 설립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인데 검찰은 이를 뇌물을 주는 행위라고 하고 있는 것임 ▶결국 뇌물을 받을 주체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말을 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어불성설”
 
언뜻 복잡해 보이는 손 변호사의 주장은 검찰이 적용한 ‘제3자 뇌물죄’에 대한 공격이다. 제3자 뇌물죄는 자신이 직접 돈을 받지 않고 제3자가 이득을 보게 해줬다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중 A(삼성 이재용 부회장)가 B(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인 금품을 제3자에게 줬다는 것이다. 
 
특검과 검찰은 이 제3자를 사람이 아닌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보고 있다. 제3자는 법인격이 있으면 충분하고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민법에 따르면 재단법인은 발기인 등이 재단의 실체가 될 재산을 출연을 받아 정관을 만들고 주무관청의 설립 허가를 받은 뒤 설립 등기를 하는 과정을 거쳐 설립된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 과정을 전제로  "뇌물을 받을 주체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서성건 변호사는 "탄핵심판 때도 했던 주장인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형사 재판에선 다르다. 또 재단의 실질적 주인은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이다. 출연금이 뇌물이라면 자기가 자기에게 뇌물을 준 셈인데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제3자 뇌물 부분이 오늘 영장실질 심사에서 다툴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에게 유효하게 전달될 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해봄직한 주장"이라면서도 "두 재단이 사실상 최순실의 개인 지갑처럼 활용됐다는 증거가 많은데 재산 출연과 법인 설립 시기 등이 민사 분쟁에서처럼 예민한 쟁점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검찰관계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떠드는 주장에 반응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법정에서 법으로 다툴 것”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12시간 변론’을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 13개를 모두 조목조목 따지겠다는 것이다.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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