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우리는 엄연한 폭력 행위를 당했다" 연세대 '똥군기' 논란

중앙일보 2017.03.30 11:28 종합 10면 지면보기
대학가의 ‘FM 구호’가 가혹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FM은 야전교범(field manual)을 뜻하는 군사용어에서 파생한 말로 주로 신입생들이 대학별·학과별로 정해진 구호에 자신의 학번과 이름을 붙여 군인들의 관등성명처럼 큰 소리로 말하는 자기소개 방식이다. 논란은 한 사립대의 신입생들에게 매년 반복적으로 벌어진 선배들의 행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지난 25일 페이스북 ‘연세대 대나무숲’ 계정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 대학 A학과 선배들은 지난달 열린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 첫날 밤 신입생들을 숙소 한 방에 불러 모았다. 신입생들은 한 사람씩 예닐곱 명의 선배들 앞에서 FM을 반복해 외쳤다. 신입생들의 목소리가 작거나 구호가 정확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폭언이 쏟아졌다. 한 명이 구호를 외치는 동안 나머지 신입생들은 “악” 소리를 내며 장단을 맞췄다. FM 복창이 끝나면 미리 준비한 개인기를 보여줘야 했다. 선배들을 웃기면 술을 받고, 웃기지 못하면 비난을 들었다는 게 익명 게시글의 주장이다.  

A학과의 ‘똥군기 문화’라고 회자된 글을 쓴 대학생은 “우리는 이러한 일을 감당하기 위해 이 대학에 온 게 아니다. 우리는 엄연한 폭력 행위를 당했다.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들도 “새내기와 후배들 얼굴 보기가 너무 민망하고 부끄럽다. 용기가 없어서 나서지 못했던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는 지지 댓글을 올렸다. “이런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선 선후배·동기·졸업생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문제점을 지적한 학생들은 행사를 주도한 A학과 학회장들의 해명과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반복된 문제인데, 문제가 불거졌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학생회와 학교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A학과가 속한 단과대 학생회와 A학과 교수 등은 31일 긴급총회를 열어 사건의 경위와 징계 수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