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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대 차석 졸업하고 교사 길 택한 김찬현씨, 서울교육청 남자 1호 보건교사 임용

중앙일보 2017.03.30 11:27
서울의 '남자 1호 보건교사' 경복고 김찬현 교사(오른쪽)가 학생을 진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서울의 '남자 1호 보건교사' 경복고 김찬현 교사(오른쪽)가 학생을 진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보건교사는 교육자와 의료인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할 수 있는 직업이라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나 질병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어루만져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서울 남자 보건교사 1호 임용, 전국 8번째
부임 첫날, 남자 교사 본 학생, "보건실 맞냐"
"전교생 건강 책임진다" 막중한 책임감 느껴

이달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에 보건교사로 임용된 김찬현(28)씨는 “학교에서 활기 넘치는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고, 보건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의료인으로서 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보건교사의 매력”이라 설명했다. 지난해 8대 1의 경쟁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김 교사는 현재 서울 최초이자, 전국 8번째 ‘남성 보건교사’다. 이들 남성 보건교사들은 주로 남학교에 근무하고 남녀공학 학교에서 근무한 예도 있다. 
 
남자 보건교사가 많지 않다보니 김 교사를 낯설어하는 시선도 많다. 김 교사가 경복고에 출근한 첫날, 한 남학생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그를 보고 당황하며 “여기 보건실 아니에요?”라고 물었을 정도다. 지금은 하루에 보건실을 찾는 학생이 족히 200명은 넘는다. 김 교사는 “아파서 오는 학생이 100명 정도고, 다른 학생들은 그냥 수다 떨러 온다. 사춘기 남학생들의 민감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2014년 여주대학교 간호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학과 수석을 세차례 차지할 정도로 성적이 줄곧 우수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학교 다닐 때보다 오히려 지금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임용된 지 한달이 채 안됐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장·호흡기·소화계·근골격계 질환 등은 물론이고 책에서만 봤던 질환을 실제 앓고 있는 아이도 여럿 있다”며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란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생겼다. 김 교사는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성교육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 분야를 터부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년 후, 20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성교육이 발달한 독일같은 나라에서 실제로 어떻게 성교육을 하고 있는 지 배워와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에 대해 잘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찬현 서울 경복고 보건교사

김찬현 서울 경복고 보건교사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신규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응급처치 능력 등을 가르치는 ‘실무 적응 멘토링’ 사업을 진행한다. 보건교사 경력자 58명이 신규 임용된 보건교사 58명과 1대 1 결연을 맺고 응급 처치나 감염병 관리, 학생건강증진사업 등 학교 현장에 필요한 전반적인 보건 업무를 가르치고 지원한다. 교육청은 또 ‘신규 보건교사를 위한 업무지원 핸드북’을 제작해 배부할 예정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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