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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여성들, 구급차에서 성매매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7.03.30 10:50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덴마크의 '성 구급차' 외부 모습. [페이스북]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덴마크의 '성 구급차' 외부 모습. [페이스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일부 성 노동자들이 구급차를 일터로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관계(sex)와 구급차(ambulance)를 합쳐 '성 구급차(Sexelance)'라 불리는 이 구급차는 코펜하겐 시내 곳곳을 다니며 성 노동자들과 성 매수자들이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준다.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덴마크의 '성 구급차' 내부 모습. [덴마크 TV2 캡쳐]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덴마크의 '성 구급차' 내부 모습. [덴마크 TV2 캡쳐]

 

"건물 내에선 성매매 안돼" 성매매법 모순
덴마크 성 노동자 45%가 폭력·협박 경험
사회적 기업가, "안전한 장소" 구급차 제공

성 구급차는 문에 "차가 흔들리고 있으면 노크하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내·외부가 일반 구급차와 다름이 없다. 차량 안에는 냉난방이 가동되고 피임기구도 구비돼 있다. 성 노동자들은 고객을 확보하면 이 구급차로 데려온 뒤 주변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원봉사자들이 대기하고 있음을 고객에게 주지시킨다. 성 노동자들에게 흔히 벌어지는 성 매수자의 폭력이나 협박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덴마크의 '성 구급차' 외부 모습.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덴마크의 '성 구급차' 외부 모습.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사회적 기업가 마이클 올센이다. 마이클은 폭력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성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지난해 11월 이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마이클은 "덴마크 성 노동자의 45%가 폭력 및 협박을 경험했다. 성 노동자들을 향한 폭력을 막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성 노동자들도 매수자들도 구급차에서 관계를 갖는 것을 꺼렸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45번의 성매매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마이클이 구급차를 동원한 이유는 덴마크의 성매매 관련 법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성매매는 합법이지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성매매를 위해 건물을 임대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때문에 성 노동자들은 화장실, 주차장, 고객의 차 등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고객과 관계를 가지며 그 과정에서 성 매수자들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그러나 구급차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마이클은 성 구급차 운영이 성공적이면 향후 운영하는 차량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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