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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군 공항 이전, 과거 방식은 안 통한다

중앙일보 2017.03.30 03:28 종합 33면 지면보기
전형준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

전형준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방부가 수원 및 대구 공항의 예비 이전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수원의 경우 화성 화옹지구가 선정됐고, 대구의 경우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의성군 비안면 및 군위군 소보면이 인접한 곳으로 선정됐다.
 

국방부 발표한 군공항후보지
주민 이해 요구만으론 안 돼
부지 넓게 잡아 피해 줄이고
진행 상황 주민과 협의해야

군 공항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하는 중요한 시설인 반면 해당 공항이 입지한 곳의 주민들에게는 소음과 고도제한 등 불만을 안겨주는 시설이기도 하다. 민주화가 진전되기 이전의 과거 정부는 이런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앞세워 지역 주민들이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그런 논리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과거처럼 애국심에 호소해서 불편을 감수하라는 접근을 하기보다 그 지역 주민들이 왜 그 시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피해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인센티브가 있다면 그 규모와 방식은 어떠한지를 명확히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새로 지어질 공항이 이전의 공항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공항은 오래전 비좁은 땅에 건설돼 주변의 많은 주민이 비행기 이착륙으로 인한 큰 소음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공항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 피해를 보는 주민의 수도 줄어야 하고, 그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소음의 크기도 줄어들게 해줘야 한다.
 
좁은 공항의 문제점은 소음뿐이 아니다. 주변 지역의 고도제한 역시 좁은 공항이라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비행기 이착륙에 필요한 각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좁은 공항에서는 비행장 인근의 건물을 매우 낮게 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항 부지가 넓어지고 활주로가 중심부에 위치하게 된다면 공항 부지 바로 바깥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재산권 침해의 불만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예비 이전후보지가 발표된 이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자치단체장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거나 주민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중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하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어떤 의견이 더 타당한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또 공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개별 당사자의 사익 간에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면 이 문제는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다.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아직은 불확실한 것이 많다. 비행장의 규모 등이 발표됐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큰 지형인지 해당 지역을 여러 번 돌아다녀 보지 않으면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부지 내에 활주로가 어떻게 배치될 예정인지, 그래서 비행기가 뜨는 방향은 어디고 내리는 방향은 어디인지 등도 불확실한 상황일 것이다.
 
또한 이전 주변 지역의 개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범위로 어떤 사업들이 진행될 계획인지도 앞으로 협의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내가 집에서 듣게 될 소음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공항 바로 바깥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몇 층까지 지을 수 있는지 등도 비행장의 규모와 활주로에서 떨어진 거리 및 방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번 공항 이전은 특별법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단계가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제4조)이라는 비교적 초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전후보지가 선정(제5조)돼야 하고 자치단체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군 공항 이전 유치를 신청(제8조)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주민투표가 진행될 가능성도 열려 있고, 이전 주변 지역 지원사업의 청사진이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지역 여론이나 자치단체장의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남아 있다.
 
이번 특별법은 이처럼 기존 기지를 가지고 있는 자치단체와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된 자치단체, 해당 지역 주민들, 그리고 국방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룰 조항들을 가지고 있다. 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객관적 근거에 의거해 협의를 진행한다면 그 논의의 결과를 어느 누구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한 지역에 원치 않는 시설을 막무가내로 건설하려는 시도는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모두가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실 이제 이러한 윈-윈의 접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어느 한쪽이 자신의 입장만 관철하고자 한다면 다른 당사자들과 대화를 회피하기도 하고, 정보를 감추기도 하는 행태가 나타난다. 윈-윈의 접근은 다르다. 나만 좋은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의 이해 관심사가 무엇인지 충분히 소통해서 불확실한 것은 줄이고 서로 모르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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