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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도 잘 쓰면 약 … 팩트로 장점을 먹칠하라

중앙일보 2017.03.30 02:53 종합 4면 지면보기
대선 D-40 선거전략 
“‘선의’ 발언과 ‘전두환 표창’ 등 네거티브(negative) 대결에서 안희정이 연패했다. 그 결과가 문재인 경선 압승으로 드러나고 있다.”(『선거전술전략』 저자 이원우)
 

네거티브 선거전략 4원칙
병풍, 이회창 대쪽 이미지에 타격
공격은 이성, 방어 땐 감성적으로
최강의 네거티브는 포지티브 전략

4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뜨겁다. 탄핵으로 대선이 갑작스레 치러지는 탓에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네거티브만 기승을 부리는 ‘깜깜이’ 선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무릇 싸움이라면 상대방을 향한 공격은 필수 아닌가. 무엇보다 똑같이 네거티브를 펼쳤음에도 누군가는 유효타를 기록하고, 다른 이는 카운터펀치를 허용하는 건 어떤 이유일까.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조언은 이렇다. “이성적으로 공격하고, 감성적으로 방어하라.”
 
1. 장점을 타격하라=네거티브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흑색선전·인신공격과 혼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자질 검증을 위해서도 네거티브는 필수”라고 진단한다. 거짓·왜곡 선전은 반칙이지만, 타당한 근거에 기초한 문제 제기는 유권자 선택을 위한 통과의례라는 지적이다.
 
네거티브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건 팩트(fact)다. 가짜 뉴스까지 범람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설픈 네거티브는 헛발질에 그치지 않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참모로 활동했던 이원우씨는 “예전이라면 문재인의 ‘전두환 표창’ 발언은 네거티브로 좋은 먹잇감이다. 이번엔 짜깁기로 들통나며 실패했다”고 전했다. “대중이 맥락을 짚어 가며 정치를 소비하기 때문”(이준웅 서울대 교수)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장점에 균열을 가하는 네거티브는 휘발성이 크다. 2002년 ‘병풍’ 사건이 대표적 예다. 이회창 후보의 ‘대쪽’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안보 불안은 예측 가능한 논란이라 네거티브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반면 ‘문재인도 정의롭지 못하다’는 걸 부각한다면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2. 감성에 호소하라=부정적 뉴스가 긍정적 소식보다 널리 유포되는 기저엔 공포·위험 등을 최소화하려는 인간의 생존 본능이 자리해 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기쁜 일은 쉽게 잊는데 서운한 감정은 오래가는 게 인간 아닌가. 정보 처리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정치인이란 기본적으로 부패한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이 네거티브를 심화시키는 요소다.
 
상대편의 네거티브 공세를 무시하는 것도 전략이다. 일일이 대응하다간 계속 끌려다닐 수 있다. 반박 논리가 선명하지 않다면 감정을 끌어들이는 것도 묘책이다. 방어의 성공 모델로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꼽힌다. 장인의 좌익 전력이 쟁점화되자 “그렇다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인간적 호소로 판세를 뒤집었다.
 
3. 시대와 조우하라=해외에서도 네거티브 논쟁은 치열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샨트 아이옌거 교수는 1997년 『고잉 네거티브(Going Negative)』에서 “지나친 네거티브가 정치 냉소를 야기해 투표 저하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는 “네거티브는 옳고 그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인지 구조 자체가 비합리적이라 네거티브와 같은 여러 단초에서 선택지를 찾아가는 게 유권자에겐 오히려 합리적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네거티브를 활용해야 한다면 시대상을 담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 측이 MB의 ‘BBK’ 연루 의혹을 맹공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건 ‘경제대통령’을 원하는 목소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안희정의 ‘선의’ 발언 역시 강력한 ‘반(反)박근혜’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탓에 네거티브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4. 자신을 홍보하라=최근 네거티브 전략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느 후보가 논문을 쓰며 혹시 베꼈는지, 과거에 생뚱맞은 발언을 한 적은 없는지 클릭 한 번으로 검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네거티브의 희소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김원용 교수는 “네거티브는 이제 적이 아닌, 자신의 지지층을 이탈시키지 않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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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봉착한 네거티브를 넘어서려면 결국 포지티브(positive) 전략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김형준 교수는 “대권 4수라는 약점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전환시켜 대권을 잡았다”고 했다. ‘적폐 청산’만 강조하다 자칫 피로감에 쌓여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중국에 할 말 하는 지도자 등 ‘능력’이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김원용 교수)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웅 교수는 “포지티브야말로 가장 강력한 네거티브”라고 확언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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