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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72조원’ 난제 안은 메이, 국내선 스콧시트 걱정

중앙일보 2017.03.30 02:42 종합 8면 지면보기
브렉시트 협상 개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절차가 마침내 시작됐지만 협상 마무리까지 영국이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리스본 조약 50조가 규정한 2년뿐인 협상 타결 기한은 짧고, 영국이 EU에 치러야 할 예산분담금 등 돈 문제도 난제다.
 

메이 “통합된 영국” 단호하지만
스코틀랜드선 독립 투표법안 통과
스터전, 곧 투표 시행 권한 요청키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겐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독립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스코틀랜드다. 유럽 통합을 깨뜨린 장본인인 영국이 분열 위기에 처한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의회는 독립 주민투표 법안을 가결했다. 2014년 9월 치러진 첫 번째 독립투표가 찬성 44.7% 대 반대 55.3%로 좌절된 뒤 두 번째 시도다. 이날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주도한 발의안은 야당인 녹색당 지지를 얻어 찬성 69표, 반대 59표로 통과됐다.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부터 독립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해 7월 “독립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면 영국이 EU를 떠나기 이전에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시점까지 못 박았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쪼개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왔다. EU에 보내는 브렉시트 탈퇴 통보문에 서명하기 하루 전인 27일 메이 총리가 방문한 곳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였다. 연설에서 메이 총리는 “우리는 중대한 국가적 상황에 함께 직면해 있다”며 “스코틀랜드가 강력한 글로벌 영국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통합된 영국”을 거듭 강조했다.
 
스터전

스터전

이날 스터전 수반과의 면담에서도 메이 총리는 단호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스터전 수반이 메이 총리에게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해 따질 수 있는 큰 기회였지만 총리는 독립투표에 대해 언급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면담이 끝난 뒤 스터전 수반은 “화기애애했다”면서도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에 좌절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독립 반대를 거듭 밝혀온 메이 총리가 아예 스터전 수반의 입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메이 총리의 태도에 대해선 비판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칼럼에서 “EU를 깨고 나가는 메이 총리가 스코틀랜드에는 통합을 강요하고 있다”며 “총리의 말은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정치 스타일상 EU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집안 단속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방향이 일단 정해지면 밀어붙여 온 메이 총리는 그동안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스코틀랜드 표결 결과에 대해 “메이 총리는 스코틀랜드 정부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영국 전체를 위해 EU와 협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은 스터전 수반이 주민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에 어떤 제안을 할지 명확하지 않은데도 부당하게 주민투표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의 철의 여인’이라 불리며 최초의 여성 스코틀랜드 수반이 된 스터전도 만만치 않다. 그는 이번 주 내에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두 번째 독립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영국 의회의 권한을 넘겨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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