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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체 금융허브, 파리·프랑크푸르트?

중앙일보 2017.03.30 02:37 종합 8면 지면보기
브렉시트 협상 개시 
28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브렉시트 여파로 유럽의 금융 수도인 런던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런던에 본사를 둔 각국 주요 금융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더블린·암스테르담도 기대감

전날 영국 컨설팅업체 지옌(Z/Yen)이 발표한 세계금융서비스지수(GFCI)에 따르면 런던은 지난해 9월에 비해 13점이나 떨어진 총점 782점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50위 안에 든 전 세계 금융 도시 가운데 뉴욕·부산(각각 14점)에 이어 가장 큰 낙폭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옌 측은 “런던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은행들은 EU 내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룩셈부르크 등으로 직원들을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 파이낸셜타임스

자료 : 파이낸셜타임스

실제 지난해 6월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래 런던 소재 금융사들은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 HSBC와 UBS, JP모건 등은 지난해 말부터 런던 내 인력을 다른 도시로 이동시킬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리처드 노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력 이동 등 브렉시트에 따른 비상계획 조치를 실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콜럼 켈리어 대표 역시 “영국에 있는 5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브렉시트 협상 종료 전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이라며 “브렉시트는 런던엔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런던을 떠날 채비를 하는 금융사와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파리는 2021년까지 파리 서부 외곽 지역 37만5000㎡ 규모의 부지에 새로운 금융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를 차기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런던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향후 5년 안에 금융 관련 일자리 1만 개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국과 법 제도가 유사하고 언어가 같은 아일랜드 더블린과 전 세계로 통하는 항공망이 가장 잘 갖춰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도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권에 불어닥칠 브렉시트 여파가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데이비드 블레이크 영국 캐스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런던의 금융사들은 서로 인접해 있어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리면서 뛰어난 인력 풀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며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등이 짧은 시간 내에 이런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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