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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바마 지우기 2탄 … ‘클린 파워 플랜’ 뒤집었다

중앙일보 2017.03.30 02:07 종합 16면 지면보기
28일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이 환경보호청에서 오바마 정부의 환경보호 조치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28일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이 환경보호청에서 오바마 정부의 환경보호 조치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나의 행정부는 석탄과의 전쟁을 그만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연방 정부의 주요 탄소배출 규제를 해제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바마케어’ 폐지에 실패한 지 나흘만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기후변화 어젠더를 뒤집는 또 다른 형태의 ‘오바마 뭉개기’를 내놓은 것이다.
 

“친환경 규제 풀면 일자리 수만개”
석탄 채굴 허용하는 행정명령 서명
환경운동단체 “더러운 연료” 비난
13개주, 반환경 정책 막으려 동맹

트럼프 대통령은 광산 개발에 관련된 규제만 풀어줘도 일자리 수만개는 거뜬히 생길 것으로 믿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광산 근로자 일자리가 대폭 줄었다고 공공연히 얘기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환경보호청(EPA)에서 광산 근로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조치를 담은 청정전력계획(클린 파워 플랜)을 폐지하고, 국유지내 석탄 채굴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미국의 에너지 규제를 없애고, 정부의 간섭을 중단하고, 일자리를 죽이는 규제를 취소하는 역사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선 유세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만난 광부들이 광산업이 내리막을 걷지만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고 한 것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오바마 정부의 클린 파워 플랜은 2030년까지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 줄인다는 목표를 담고있다. 당연히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대체에너지 사용에 비중을 두고, 석탄과 석유 사용에 대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규제책을 시행해왔다.
 
미국 발전 연료 추이

미국 발전 연료 추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러스트벨트 지역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게 만들어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가져온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다시 촉진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그러나 정작 행정명령에 서명까지 이뤄지자 환경운동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시에라 클럽의 마이클 브륀 대표는 “미국 전역에서 청정에너지 일자리는 ‘더러운 연료’를 압도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공격하는 것은 화석연료 억만장자들의 이익을 신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3개 주정부가 트럼프의 반환경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동맹을 맺은 상태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클린 파워 플랜을 충실히 이행하더라도 탄소배출량 목표치의 절반에 도달할까 말까한 상황이었는데,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목표달성은 사실상 요원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최대 석유 회사인 엑손모빌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으며 파리기후협정 잔류를 촉구했다. 엑손모빌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가능한 한 자유롭고 경쟁적이려면 미국이 공정한 활동 무대를 보장할 파리협정의 당사자로 남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겔 아리아스 카녜테 유럽연합(EU) 기후·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또한 “친환경 정책을 폐지한 미국의 조치에 유감스럽다”면서 “EU와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공들인 정책이 무너지는 건 클린 파워 플랜뿐 아니다. 미 상원과 하원은 오바마 정부때 통과돼 올 연말 시행을 앞두고 있던 인터넷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폐기하는 공동 결의안을 각각 23일과 28일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통신업체들은 별다른 동의 없이 사용자의 인터넷 이용 기록 등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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