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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끼리 투닥투닥 ‘남남 케미’ 영화 전성시대

중앙일보 2017.03.30 01:22 종합 25면 지면보기
요즘 한국영화에는 남성 배우 두세 명을 내세워 이들의 연기 대결이나 브로맨스를 선보이는 ‘남남 케미 영화’가 많다. 지난 3년간 관객 100만 명 이상 동원한 한국영화 가운데 이런 남남 케미 영화를 찾았다. ▶엔드 크레딧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남성 배우가 차지하며▶그 두 배우의 극 중 분량이 비슷한가,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남성 케미 영화는 2014년에 9편, 2015년 12편, 2016년 8편, 올해에는 지난 27일까지 모두 4편이었다. 총 33편. 흥행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2014~2017년 300만 이상의 관객이 든 한국영화 중 남남 케미는 2014년 11편 중 3편, 2015년 10편 중 8편, 2016년 12편 중 4편, 2017년에는 2편 모두였다. 2015년 전국 스크린 수 1000개를 돌파한 한국영화 8편 가운데 남남 케미가 6편을 차지하기도 했다.
 

추격자·베테랑 성공 이후 장르 쏠림
스릴러·사회고발성 영화 이어져
최근 3년간 남성 투톱이 30여 편
“흥행만 좇다 한국 영화 다양성 해쳐”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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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 케미 영화가 강세인 이유는 뭘까. 투자·배급사가 영화 제작을 주도하는 산업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시장’ ‘공조’ 등을 제작한 JK필름의 길영민 대표는 “투자사는 영화에 대한 세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배우의 인지도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흥행 보장 배우가 대부분 남성인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영화평론가 윤성은씨는 “이병헌처럼 관객이 믿고 보는 배우는 대개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배우는 비중이 큰 역할을 맡기에 적당한 30~40대 연령대에서 특히 부족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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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내부자들’ 등 대표적인 남성 케미 영화의 흥행 성공도 영향을 끼친다. 시장에서 먹히는 영화 콘셉트는 유사한 후발주자를 부를 수밖에 없다. 2008년 ‘추격자’(나홍진 감독)의 흥행 이후 스릴러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졌고, 2015년 ‘베테랑’ 등 두세 명의 남성 주인공이 나오는 사회 고발성 영화가 성공을 거두자 엇비슷한 영화가 꼬리를 물었다. 결국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제작사가 안전한 선택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히 남성 케미의 득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허남웅 영화저널리스트는 “안전한 선택은 안일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는 “남성 케미가 흥행의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스팅 구도보다 중요한 건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소재의 매력”이라는 얘기다.
 
반면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남남 케미 요소가 흥행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남남 케미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적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치는데 관객들은 인물들이 투덕거리며 파트너십을 쌓는 과정을 보며 즐거워한다. 집중력과 몰입을 요하는 영화보단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요즘 관객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평했다.
 
문제는 남성 케미가 지나쳐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상황이다.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한국의 영화관객은 1년에 2억5000만 명 정도로 B급 영화 등 다양한 장르가 소비되기에는 작은 시장이다. 한 콘셉트가 지나치게 두드러지면 그만큼 그와 다른 종류의 영화는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중소 규모 예산으로 만든 다양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한국영화 생태계가 건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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