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 출연 덕에 뉴질랜드 스타 외교관 됐네요

중앙일보 2017.03.30 01:09 종합 27면 지면보기
“조금 과장하자면 한국에서 저는 총리, 장관보다 유명한 뉴질랜드 공무원이 된 것 같아요. 한국을 떠나도 애정을 갖고 뉴질랜드와 한국 외교에 이바지하겠습니다.”
 

내달 이임하는 라일리 차석대사
작년 뉴질랜드 찾은 한국인 확 늘어
모국서 성공적 외교 사례 꼽히기도
“영화 ‘오아시스’등 한류 알리고파”

다음달 8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존 라일리 뉴질랜드 차석대사. [사진 김춘식 기자]

다음달 8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존 라일리 뉴질랜드 차석대사. [사진 김춘식 기자]

존 라일리(41) 뉴질랜드 차석대사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8일 모국인 뉴질랜드로 돌아간다. 최근 본지와 만난 그는 “방송 출연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교관 중 한 명이 돼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라일리는 2015~16년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그는 “외교관의 예능 방송 출연은 전례가 없었다. 직원들과 논의를 하다 ‘뉴질랜드 문화를 전략적으로 홍보해보자’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 덕분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만 명을 돌파했어요. 뉴질랜드 외교통상부에선 ‘성공적 외교 사례’로 저를 꼽았습니다.”
 
라일리의 방송 출연은 임기 중 ‘주요 성과’가 됐다. 그는 “오클랜드·퀸즈타운 등 뉴질랜드 주요 도시가 방송에 소개됐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뉴질랜드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전년(2015년) 대비 27% 늘었다”며 “제 방송 출연이 모국을 알리는 데 조금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출연진과 뉴질랜드를 방문한 존 라일리 차석대사(오른쪽 앞).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출연진과 뉴질랜드를 방문한 존 라일리 차석대사(오른쪽 앞).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출신인 그의 한국과의 인연은 고교 시절로 거슬러간다. “1990년대에 한국인 이민자가 뉴질랜드에 많이 왔어요. 저는 아시아권에서 온 친구들과 곧잘 친해졌죠. 그중 한국 학생이 수학과 한국어를 가르쳐줬고, 전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며 친해졌어요.”
 
이국 학생들과의 교류는 외교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클랜드대학에 진학한 이후엔 선배 외교관의 특강을 통해 한국에 올 결심을 굳혔다. 라일리는 “‘주요 수출대상국인 한국 언어를 잘하면 외교통상부에 취업할 수 있다’는 강의에 솔깃했어요. 그길로 한국어를 전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풍이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 커뮤니티 홈페이지도 운영하며 한국인 네티즌과 가까워졌다. 90년대 후반 서울에 오자마자 ‘1세대 스타 게이머’ 쌈장 이기석을 만나러 그가 머물던 신촌 PC방을 찾아가기도 했다. JTBC 방송에 함께 출연한 기욤 패트리는 그가 게이머 시절 팬으로 만나며 친해졌다. 또 그는 된장찌개, 쌈밥을 직접 해먹을 만큼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라일리는 임기 중 뉴질랜드 교육 홍보가 미비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창의력을 강조하는 뉴질랜드 교육은 다양한 정답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로 학생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justify)하도록 훈련시킨다”며 반면 “한국 학생들은 정해진 정답을 맞추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라일리는 다음달부터 외교통상부 통상과에서 일한다. 무역 협상이 주 업무가 되겠지만 한국 홍보는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뉴질랜드 청년들에게 한류를 전하고 싶어요. ‘오아시스’(2002) ‘공동경비구역 JSA’(2000) 등 한국 사회와 관련된 영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도 중요해요.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계기로, 주한국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가장 오래 일한 외교관이 된 저처럼 말이죠.”(웃음)
 
글=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