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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부족한 일본 … ‘동일노동 동일임금’ 파격 행보

중앙일보 2017.03.30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강력한 노동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주고 잦은 야근도 과감히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인력의 적극적인 유치도 추진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 10여 년, 심각한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되자 이른바 노동유연화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없애
시간외근로 월 45시간 제한
밤샘 근무 직장문화 바꿜 듯
기업 8%, 주 3일 휴무제 도입

“일본의 노동 방식을 바꾸는 역사적인 첫걸음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야심찬 노동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일본이 28일 아베 총리 주재 회의에서 확정한 9개 분야 노동 개혁 방안의 주된 골자는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장시간 노동 강제 규제 ▶고령자 취업 촉진 ▶외국인 인재 영입 장려 등이다. 시대에 뒤처진 노동시장 유연화가 목표다. 아베 정부는 연내 국회에 관련법을 제출해 2019년부터 산업 현장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후생노동성

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후생노동성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혁안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식회사 일본’을 상징해온 정규직 사원의 밤샘 근무 풍경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노동 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초고령화와 일손 부족이란 거대한 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달리는 일손을 잔업으로 메우고 있지만, 이런 현실을 고치지 않으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체질 개선은 요원하다는 위기감이 넓게 퍼져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3년 현재 7901만 명으로, 32년 만에 8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의 유효구인배율(1인당 일자리 수)은 지난 1월 현재 1.43배로 2013년 대비 60% 이상 높아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근로감독 대상 업체 중 43.9%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정부는 개혁 조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실행방안을 한층 구체화할 계획이다. 예컨대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기본급과 수당 지급을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 정규직과 처우 격차가 발생할 경우 개별 기업에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와 책임, 근속연수 등에 객관적 차이가 없다면 기본급과 상여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정부는 전체 노동자의 40%가 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일본 사회가 ‘잃어버린 20년’ 동안 양극화로 치닫는 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일본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장시간 업무도 손을 댄다. 원칙적으로 시간외근로를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제한하되 개별 기업에서 노사가 합의하면 연간 720시간까지는 허용할 방침이다. 성수기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10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초과근로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이를 어기면 벌칙을 받게 된다.
 
이처럼 노동 총량 규제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노동력과 고령자를 적극 활용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단녀로 불리는 경력 단절 여성에게 적극적인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자의 은퇴를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 만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을 장려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노동 유연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후생노동성

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후생노동성

일본의 유력 편의점 업체인 패밀리마트가 이르면 올가을 ‘주 3일 휴무,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 몸이 불편한 부모 간병 등 일정 조건을 갖추면 전 사원 5800명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급여체계는 주 2일 휴무제에 비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주 30시간 이상 근무를 조건으로 하는 만큼 하루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패밀리마트는 부모 간병 때문에 일을 쉴 수밖에 없는 50대 사원이 주 3일 휴무제를 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미 부모 간병을 위한 휴가나 단시간 근무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패밀리마트는 다양한 근무 제도를 통해 2020년까지 총근로 시간을 2015년에 비해 9% 줄일 계획이다.
 
일본에서 주 3일 이상의 휴무제 도입 기업은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 일본 KFC를 비롯해 전체의 8%나 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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