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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농구도 뒤집는다, 왕이 된 만년 2인자 강상재

중앙일보 2017.03.30 01: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강상재는 올 시즌 정규리그 신인상을 받았다.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강상재는 올 시즌 정규리그 신인상을 받았다.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지난해 10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는 큰 관심이 쏠렸다. 한국 농구를 10년 이상 책임질 ‘수퍼루키’가 대거 등장해서다. 특히 키 2m대 장신인 이종현(울산 모비스·2m3㎝)-최준용(서울 SK·2m)-강상재(인천 전자랜드·2m)는 ‘빅3’라는 별칭이 붙었다. 예상대로 셋은 전체 1~3순위에 뽑혔다.
 

시즌 6위 전자랜드 새내기의 야심
이종현·최준용 이어 3순위로 데뷔
초반 부진 딛고 시즌 막판에 웃어
내일 삼성과 첫 판 … “꼭 이길 것”

치열했던 루키 시즌을 마친 뒤 세 선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마지막에 웃은 건 3순위 강상재였다.
 
강상재는 2016~17시즌 프로농구 시상식(27일)에서 신인선수상을 받았다. 최준용과 접전이 예상됐지만 몰표(101표 중 96표)를 받았다. 시즌 기록은 최준용(평균 8.2점, 7.2리바운드)이 강상재(8.16점, 4.7리바운드)를 근소하게 앞섰다.
 
KBL‘최고 신인’강상재는

KBL‘최고 신인’강상재는

강상재는 “(신인상 투표가) 접전이 될 거라 예상했는데 표 차이가 크게 나서 놀랐다. (최)준용이도 한 시즌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강상재는 스스로 “난 늘 2인자”라고 말한다. 고교(홍대부고) 시절 약 팀의 에이스라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고려대 시절엔 밥 먹듯 우승했지만 관심은 늘 이종현에게 쏠렸다. 강상재는 “(이)종현이는 대학 4년간 방을 함께 쓴 친구다. 종현이 덕분에 내 실력도 한 단계 늘었다. 하지만 종현이가 얼마 뛰지 않고 내가 잘해서 이겨도 늘 종현이 이름이 언급됐다. 자존심이 상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 입문 당시 “2인자가 아닌 1인자가 되고 싶다. 내가 신인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신인상 경쟁은 정말 치열했다. 유력후보였던 이종현은 발목 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져 신인왕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시즌 초반 최준용이 앞섰다. 3라운드까지 최준용이 경기당 평균 9.6점, 8리바운드를 기록한 반면, 강상재는 평균 7.2점, 3.4리바운드에 그쳤다.
 
강상재는 “높은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전자랜드의 빠른 농구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고, ‘빅3’라고 주목 받아 부담이 됐다. 내 실수로 진 뒤 펑펑 운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강상재는 입단 초기 110㎏였던 체중을 98㎏까지 줄이고, 팀 전술에 녹아들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정영삼, 박찬희 등 팀 선배들의 조언도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줬다. 4라운드부터 두 자릿수 득점 경기가 늘었다. 시즌 막판이 되자 그의 자신감은 “신인상을 받을 확률은 90”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커졌고, 결국 역전 드라마처럼 마지막에 웃었다.
 
정확한 외곽슛까지 갖춘 강상재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트레치형 빅맨(외곽슛 능한 센터)이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슛 연습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아버지는 슛 성공 갯수를 노트에 기록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매년 10㎝정도 키가 자란 덕분에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경험한 것도 지금의 나를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따끔하게 제자의 단점부터 지적했다. 유 감독은 “(강)상재는 너무 얌전한 게 단점이다. 결정적인 슛을 성공하면 몸 동작을 크게 하면서 기뻐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상재는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 그래도 농구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플레이오프를 위해 슛 세리머니를 따로 연습 중이다”고 털어놨다.
 
유도훈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강상재에게 개인코치를 붙일 계획이다. 유 감독은 “역도코치를 붙여 (강)상재의 인사이드 플레이를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유 감독을 “늘 고마운 분”이라고 표현한 강상재는 신인상 시상식장에서 유 감독 볼에 뽀뽀까지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상재는 “서장훈 선배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던 현역 시절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는 30일 4위 울산 모비스와 5위 원주 동부의 경기로 시작한다. 정규시즌 6위로 PO에 ‘턱걸이’ 한 전자랜드는 31일부터 3위 서울 삼성과 맞붙는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우세를 점친다. 시즌 상대전적도 삼성이 5승1패로 앞선다. 신인왕 수상으로 자신감을 더한 강상재는 “장신군단 삼성은 버거운 상대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81-78)했다. 우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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