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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행 여객선, 비상구 막고 잠자는 승객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7.03.28 02:20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24일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통행로가 확보된 썬플라워호 비상출입구(오른쪽).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뒤인 2014년 5월만 해도 비상출입구 앞은 잠을 자는 승객과 짐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사진 최우석 기자]

지난 24일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통행로가 확보된 썬플라워호 비상출입구(오른쪽).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뒤인 2014년 5월만 해도 비상출입구 앞은 잠을 자는 승객과 짐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사진 최우석 기자]

지난 24일 오전 8시30분 경북 포항 여객선 터미널은 포항~울릉도를 잇는 여객선 썬플라워호(2394t·정원 920명)를 타기 위한 승객들로 북적거렸다. 매표소 직원은 신분증에 적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탑승권을 건넸다.
 

뱃길 안전 3년 만에 재점검 해보니
탑승 때 일일이 신분증 대조 확인
구명보트도 정원보다 많이 준비
일부 승객, 여전히 객실서 과음

오전 9시 탑승 안내방송이 나왔다. 터미널 관계자 4명이 입구에서 탑승자의 신분증과 탑승권을 하나씩 대조했다. 승객 479명 모두를 검사하는 데 약 40분이 걸렸다. 발권에서 승선까지 두 차례 신원 파악이 이뤄진 셈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았고 세월호에 누가 타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만 수십 일이 걸려 문제가 됐다.
 
여객선 터미널의 한 직원은 “표를 구매한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을 경우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는 출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참사 한 달 후였던 2014년 5월 13일 현장 취재에서 지적했던 썬플라워호의 안전 문제들이 3년 만에 얼마나 개선됐는지 다시 가서 일일이 비교 점검해봤다.
 
배를 타자 객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대피 요령, 구명보트 탑승 및 구명조끼 착용법 등 안전 관련 안내 동영상이 반복적으로 상영됐다. 출항 직전에는 승무원이 큰 소리로 구명조끼 착용법을 안내했다. 당시 중앙일보는 엔진 소리 때문에 구명조끼 착용법 등을 설명하는 승무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비상출입구 앞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2층 비상출입구 벽면에는 ‘승객들은 비상구 막고 잠자고’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사진기사가 붙어 있었다. 당시 중앙일보는 썬플라워호의 비상구 6개 중 4개가 짐과 승객들로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썬플라워호 선장 차모(46)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선상 안전교육이 대폭 강화됐고 구명보트는 정원보다 많이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날 승객들은 평소보다 안전에 더 경각심을 갖는 표정이었다. 울릉도로 향하는 시간 동안 모니터에 세월호 인양 장면이 계속 방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체관광객 정현자(58·여·경북 포항시)씨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배에 타면 구명조끼와 비상탈출구 위치부터 살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승객은 객실에서 술을 마셨고 과음한 듯 비틀거리며 객실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갑판수 방모(50)씨는 “여객선에서의 음주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과도한 음주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포항·울릉=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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