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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43) 노후 행복의 보증수표, 틈틈이 악기를 배워라

중앙일보 2017.03.28 00:02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서울에서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46)씨는 토요일마다 플루트 레슨을 받는다. 플루트 전공 대학생이 자택을 방문한다.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느라 거의 연습을 못하지만  레슨만 받아도 연주 솜씨가 달라진다. 레슨 시간은 한 번에 50분이다. 처음에는 10분만 불어도 기진맥진했는데 이제는 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될만큼 익숙해졌다.


그가 플루트를 배우게 된 건 노후 대비 차원이다. 딸 아이가 중학생 때 불던 플루트가 집 안에 굴러다니는 걸 보고 저걸 배워두면 노후에 심심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딸이 연주할 때 어깨넘어 곁눈질로 운지법을 배우고 딸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불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플루트는 다른 목관악기와 달리 입에 물고 바람을 불어넣는 리드(Reed)가 없어서다. 그냥 풀 피리처럼 대롱에 뚫린 구멍에 바람을 넣어 소리를 내는 것이라 초보자는 소리를 내기 어렵다.
  
 
 
| 레슨 받으면 누구나 악기 연주 가능 
그러나 김씨는 레슨 6개월만에 간단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음표조차 읽지 못해 ‘악보 문맹’이었던 그가 반년만에 이렇게 된 비결은 역시 레슨의 힘이 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악기도 돈을 들이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보에는 많은 약속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문자가 아니라서 전문가의 ‘해독’이 없으면 알 길이 없다. 음표를 보는 순간 손가락이 움직여야 하지만 플루트만 해도 타이ㆍ슬러ㆍ텅잉 같은 기법도 알아야 음정과 박자를 제대로 맞춘 소리를 낼 수 있다. 김씨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궁금한 점들이 많아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봤다.
 
 
레슨은 누구에게 소개를 받나. 어떻게 레슨 선생을 구할 수 있나.
(하하)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차고넘칠 만큼 정보가 많다. 이제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보니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많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중개업자도 많다. 대형 소개업체는 누적회원 15만 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을 포함해 현재 인터넷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소개업체는 수없이 많다.
 
 
강사들은 믿을 만한가.
강사는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연령대에 맞춰도 되고 성별을 고를 수도 있다. 20대 강사부터 중년 강사까지 다양하다.
 
 
가능한 악기는 무엇인가.
배우고자 하는 악기는 거의 다 된다고 보면 된다.
 
 
악기라면 과거에는 통기타 정도였는데, 관악기 같은 것들은 레슨비가 궁금하다.
이용자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만큼 부담이 크지는 않다. 플루트와 피아노처럼 강사가 많은 쪽은 한 번에 3만원이 일반적이다. 한달 4주를 기준으로 12만원이란 얘기다. 전공자가 많지 않거나 희귀한 악기일수록 비싸다. 플루트는 3만원이지만, 오보에는 7만원을 받는 식이다.
 
 
악기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기타는 20만원 정도면 초급자가 쓸만 한 걸 살 수 있다. 명품 일렉트릭은 수백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관악기도 보급형 국산은 20만원도 안 하지만, 명품 외제는 초급자용도 수십만원,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0억원이라고 하질 않나. 초보자는 보급형으로 시작하면 문제가 없다. 갈수록 악기 욕심이 나겠지만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게 중요하다.
 
 
 
| 혼자서도 잘 놀고, 치매 예방에도 좋아 
이같이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악기를 배우면 좋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나긴 노후를 보내려면 인적 관계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기나긴 세월,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은데 이 때 혼자 행복하게 놀려면 악기 하나 정도를 익혀 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악기를 하면 집중이 잘 되니 정신 건강에도 좋다. 음표를 빨리 읽어야 하고 연주 기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것이 전공자들의 설명이다. 악기 하는 사람 치고 치매가 잘 걸리지 않는다니 말이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평소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클래식도 이해하게 되고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악기를 연주할 공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음주 문화가 개선되면서 서울 강남 바에 가면 기타를 칠 수 있는 곳은 드물지 않고, 피아노와 드럼, 색소폰, 플루트를 연주할 수 있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 외연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친구도 만나 
악기 연주로 노후 행복을 예약해둔 사람들 얘기를 더 들어보자. 전북 전주시에 살고 있는 박모(54)씨는 주변 여성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린다. 그의 방은 웬만한 가수 부럽지 않은 음악 장비를 갖추고 있다. 고성능 소형 엠프에 보면대를 갖추고, 기타는 통기타와 일렉트릭을 모두 갖고 있다. 여성들은 정기적으로 그의 집을 방문해 레슨을 받는다.
 
실력이 빨리 늘지는 않지만 그냥 음악을 이야기는 것이 좋다는 것이 수강생들의 반응이다. 취미 활동으로 하다보니 따로 레슨비는 없다. 그저 음악을 이야기하고 노닥거리는 것만으로 좋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음악이 있으니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게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55)씨는 최근 피아노를 시작했다. 그는 “음악이라면 역시 피아노라는 생각이 들어 어렸을 때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너무 재미 있어 새벽 1시까지 피아노를 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사람들은 그가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어폰을 끼고 치는 피아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세시대에는 악기와 음악도 노후생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악기를 하려면 50대가 골든타임이다. 환갑이 지나면 손이 굳어지고 악보를 읽는 속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공자나 전문가만 한다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그 순간 악기와 음악을 친구로 얻게 된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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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연령별 준비③ 4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39] 연령별 준비④ 5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40] 연령별 준비⑤ 6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41] 연령별 준비⑥ 7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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