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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지원 어쩌나 … 국민연금 딜레마

중앙일보 2017.03.26 23:50 경제 2면 지면보기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3주 뒤면 가닥을 잡는다. 다음달 17~18일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정부의 채무조정안이 가결되느냐에 따라 구조조정이 순항할 수도, 암초에 걸릴 수도 있다. 현재로선 예측 불가다.
 

내달 17일 채무재조정이 분수령
국민연금 반대 땐 P플랜 가능성
본부장 기소, 정부 편 선뜻 못 들어
법정관리 땐 채권 1.76%만 회수

키를 쥐고 있는 건 국민연금공단이다. 대우조선 회사채(1조3500억원) 중 가장 많은 3900억원을 쥐고 있다. 특히 17일 오후 5시 집회가 열릴 4월 21일 만기 회사채(4400억원)는 국민연금이 43%를 들고 있다. 결의 조건(참석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 회사채 총액의 3분의 1 이상 찬성)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반대하거나 집회에 불참하면 가결이 쉽지 않다.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이 국민연금 입장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 노후자금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금의 장기적 이익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주 중 투자관리위원회를 열고 본격 논의를 시작한다. 최종 결정은 투자위원회가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해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터라 선뜻 정부 편을 들 수 없다. 이미 지난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로 인해 손해를 봤다면서 489억원 규모의 손해바상을 청구한 상태여서 더 그렇다. 금융위원회 역시 국민연금 쪽엔 도와달라는 전화 한통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5번으로 나눠 진행될 사채권자 집회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정부와 채권단은 바로 ‘플랜B’를 가동한다. 일종의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이다. 모든 채권이 동결 뒤 법원에 의해 강제 조정된다는 점에서 법정관리와 같지만 절차를 간소화해 3개월 이내에 신속히 진행된다.
 
P플랜 신청 시 무담보채권인 회사채는 채무재조정 대상이 된다. 채권단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 모두 93~95%의 출자전환을 요구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안(시중은행 80%, 회사채 50% 출자전환)보다 조건이 나쁘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P플랜에 들어가면 회사채 투자자들이 실제 회수하는 금액은 채권 잔액의 1.76%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채권단 입장에서도 P플랜은 부담이다. 선주들이 건조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114척 중 계약서 상에 법정관리 시 계약 취소가 가능한 선백은 96척에 달한다. 삼정회계법인 실사 결과 이 중 실제로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는 선박은 최대 40척으로, RG 요청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주요 선주와의 사전 접촉을 통해 계약 취소를 최대한 막겠다는 계획이지만 그 규모를 추정하긴 어렵다.
 
P플랜의 경우에도 채권단은 DIP금융(법정관리 기업대출) 방식으로 대우조선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근로자 임금과 기자재 공급 계약분에 대한 대금 지급, P플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한 공정 지연에 대한 지체 배상금 등으로 써야 할 자금이 3조원+α로, 최대 4조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추정이다. 자율 채무조정을 전제로 정한 신규자금 지원액(2조9000억원)을 웃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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