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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이라던 4대강 개발비, 2015년에야 비용으로 처리

중앙선데이 2017.03.26 01:35 524호 24면 지면보기
[이것이 실전회계다] 두 얼굴의 무형자산
기업의 회계 장부는 영업활동 결과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수치가 의미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저 숫자를 나열한 서류에 불과할 것이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했던 이재홍 공인회계사가 회계 장부에 담긴 진실을 읽는 법을 새로 연재한다. 

연구개발비, 드라마 제작비 등
미래에 이익낼 수 있어야 자산

수익성 판단 기준 명확치 않아
종종 분식회계 논란 불거지기도


2011년 10월 경남 창녕의 함안보 공사 현장.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개발사업비 7조1000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가 2015년 한꺼번에 손실로 반영해 분식회계 논란을 빚었다. [중앙포토]

2011년 10월 경남 창녕의 함안보 공사 현장.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개발사업비 7조1000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가 2015년 한꺼번에 손실로 반영해 분식회계 논란을 빚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대전 한국수자원공사 본사 국정감사장. 이해찬 의원이 이학수 사장을 추궁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불확실한 개발이익을 근거로 4대강 사업 지출액을 무형자산으로 장부에 올려 당기순손실을 순이익으로 둔갑시켜 온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 사장은 “2009년 국가정책조정회의 결과 등을 반영해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4대강 사업. 그 사업에 지출한 자금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무형자산은 말 그대로 형태가 없는 자산이라는 뜻인데, 특허권이나 브랜드이용권·영업권·개발비 등을 말한다. 회계에서 말하는 ‘자산’이란 ‘앞으로 기업에 경제적 이익이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특허권을 구매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이용권을 사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런 무형자산은 취득금액을 자산으로 계상한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내용연수) 동안 손익계산서에 비용(무형자산상각비)으로 반영하면서 동시에 장부금액을 낮춰 나간다. 이를 ‘상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2015년 초 외부 특허권을 6억원에 취득, 제품생산에 활용한다고 하자. 회사가 정한 특허권 상각기간은 3년이다. 회사는 특허권(무형자산) 6억원을 일단 장부에 올린다. 그리고 연말 결산 때 손익계산서에 2억원(6억원/3년)의 무형자산상각비를 반영하는데, 이때 특허권 장부금액도 4억원으로 조정된다(6억원-2억원). 이런 식으로 하면 3년 뒤 특허권 장부금액은 0이 된다.
 
‘개발비’도 비용을 연상시키는 이름과 달리 무형자산 항목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신차나 신형엔진 연구개발(R&D)에 1000억원을 지출했다고 하자. 이 가운데 시제품 출시와 관련한 직접활동(개발활동) 지출 300억원은 개발비 자산으로, 나머지 700억원을 당기비용으로 처리하는 식이다. 그런데 비용처리되는 연구활동 지출과, 일단 자산처리한 뒤 상각해 나가는 개발활동 지출을 딱 부러지게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개발비 자산은 가끔 분식회계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산가치 감소분 장부에 반영해야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연구개발 지출액 가운데 개발비라는 자산계정으로 처리하는 금액은 10% 미만이다. 바이오나 제약은 개발비 자산화 비중이 높다. 특히 바이오는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소요자금 규모가 크다보니 대개 연구개발 지출액의 40% 이상을 개발비로 분류한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의 경우 2015년 연구개발지출 1940억원 가운데 80%에 이르는 1558억원을 개발비 자산으로 처리했다. 이 회사의 개발비 상각기간은 5~15년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같은 통신서비스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눈에 띄는 무형자산 항목이 있다. 바로 ‘주파수이용권’이라는 것이다. 전파가 다니는 길에 숫자를 붙여놓은 것이 주파수다. 주파수는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한다. 2000년대 들어 이동통신 기술발달로 주파수 수요가 증가하자 정부는 주파수에 경제적 가치를 매겨 이용가격을 정했다. 2011년 처음 실시된 주파수 이용권 경매에서는 83라운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SK텔레콤이 1.8GHz 대역을 9950억원에 낙찰받았다.
 
이통사가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최첨단 기술로 멋진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길이 없어 자동차를 팔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통사는 거액을 지불한다. 따라서 주파수이용권을 무형자산으로 장부에 기재한다. 지난해 5월 주파수 경매에서 주파수이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가 지출한 금액은 얼마일까? 재무제표를 보면 SK텔레콤이 1조8101억원, KT가 9783억원, LG유플러스가 3725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들은 주파수의 배타적 사용기간인 5~13년 동안 이 금액을 상각처리한다. 지난해 새로 취득한 주파수이용권이 올해 각 통신사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칠 금액(상각액)은 SK텔레콤 2400억원, KT 1000억원, LG유플러스 76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다른 유형 무형의 자산과 마찬가지로 주파수이용권에 대해서도 자산 손상 여부를 매해 결산기 말 검토해야 한다. 쉽게 말해, 이 주파수의 현재 장부금액만큼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주파수이용권 장부금액이 매해 상각을 거쳐 8000억원으로 계상돼 있다고 하자. 이 주파수에서 앞으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6000억원 수준이라면 차액 2000억원만큼은 자산가치가 손상됐다 할 수 있다. 그래서 2000억원의 손상차손을 손익계산서에 비용(영업 외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파수이용권을 손상차손 처리한 회사는 KT가 유일하다. 2015년 말 KT 재무제표를 보면 800MHz 주파수이용권에 대해 1847억원을 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KT가 이 주파수 이용권을 2610억원에 할당받은 것은 2011년 8월이다. 이후 회사는 해당 주파수가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치했고 투자도 하지 않았다. 해당 주파수이용권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의도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는 4년 여만에 투자금액의 71%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상각 기간 짧게 잡는 기업들 늘어나
CJ E&M처럼 방송·영화·공연 등을 아우르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자산내역을 보면 무형자산 비중이 아주 높다. 각종 영상물 콘텐트와 관련한 판권구매투자가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는 자금은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을까, 자산으로 처리한 뒤 비용으로 상각해 나가는 것이 맞을까.
 
드라마 제작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대개는 일단 무형자산으로 잡는다.
 
CJ E&M이 제작한 2015년 최고히트작 ‘응답하라 1988’의 경우를 보자. 총제작비는 6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가 방영되자마자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CJ E&M은 상당한 광고수익을 올렸다. 외부의 다른 방송채널에서 방영권을 구매하겠다는 수요도 빗발쳤다.
 
드라마 제작사는 제작과정에서 이 같은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비 대부분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한다.
 
CJ E&M은 드라마 제작비를 ‘판권’이라는 이름으로 무형자산 처리하고 4년에 걸쳐 상각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부터 드라마 제작비 판권 상각기간을 1년 반으로 확 줄였다. 드라마 콘텐트에 대한 소비 트렌드가 아주 빨리 변하기 때문에 4년 동안 자산으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비뿐 아니라 미국·영국 등 해외에서 구매하는 드라마 및 영화 판권에 대한 상각기간도 계속 줄여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판권 역시 자산손상을 반영해야 할 때가 있다.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해 미래 수익이 장부금액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 판권의 손상 여부를 검사(장부금액과 추정회수가치의 비교)해야 한다.
 
이제, 다시 수자원공사 국정감사장으로 돌아가 보자.
 
수자원공사는 2009~2012년 4대강 사업에 7조1000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그러면서 사업비 전액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4대강 개발로 환경이 개선된 하천주변지역, 즉 친수구역을 주거·문화·관광·레저 단지로 복합개발하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친수구역 개발이익을 환수해 4대강 사업비용 보전에 사용하려면 여러 개의 법안 개정이 필요한데 이 개정안들은 과거 국회에서 논란을 겪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 때문에 2013년 국감 때부터 지속적으로 4대강 사업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데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2015년에 와서야 개발이익을 통한 사업비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6조3000억원의 자산손상을 반영했다. 그 결과 수자원공사는 2015년도 손익결산에서 무려 5조79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496억원을 냈지만, 자산손상차손이 영업외비용에 반영됨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막대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이재홍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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