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안 바꾸면 미래 없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KAIST 창업석사 설명회.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업을 가르치는 석사 학위 과정도 생겼다. 김경빈 기자

파탄 맞은 창조벤처 1호와 KAIST
기술만으로 ‘죽음의 계곡’ 못 건너
정부돈은 자생력 키우는 데 한계
기술·경험·자본 결합엔 시간 필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스마트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세종시 참샘초등학교 스마트교육 담당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이달 말께 다른 업체 제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회사의 지분(49%)을 가진 KAIST는 이 회사 상호에서 ‘KAIST’를 빼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준호 KAIST 산학협력단 소속 기술사업화센터장은 “상호사용 금지 소송을 내는 한편 주식을 장외시장에 내다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를 대표한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전사를 양성한다는 대학의 관계는 현재 파탄을 맞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대학에선 교수와 학생이 실험실 등에서 연구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이런 기술을 확보한 교수나 학생, 기술의 가치를 알아본 외부인이 이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거나 아예 이 기술을 내다 판다. 창업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구글 같은 기업과 스탠퍼드대학의 관계도 이렇다. 아이카이스트는 2011년 창업해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여러 부처로부터 기술 인증을 받았다. 대통령·국무총리도 찾아왔고, 중국 등 외국 정부 관계자들과 협약도 체결했다. 김성진 대표는 지난해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유명 투자자문회사 요즈마그룹과 함께 나스닥(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이 회사 기술은 믿을 만하며, 향후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돈에서 막혔다. 일부 투자자는 김 대표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정부 지원금이 끼친 영향 중엔 긍정적인 것도 있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은 “수년간 정부 지원이 이어진 결과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창업 환경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며 “창업 아이템을 매각하고, 다시 재창업하는 현상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3학년을 다니다 창업을 위해 휴학 중인 김병훈(29) ?에이프릴스킨 공동대표는 이 대학의 창업휴학 제도와 창업지원센터의 공간 지원 덕을 봤다. 그는 재학 중 커플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이를 매각해 돈을 벌었고, 다시 2014년 11월 10~20대 전문 코스메틱 회사를 창업해 지난해 매출 350억원(고용인원 106명)을 올렸다. 김 대표는 “고교에 다닐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솔로일 때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커플일 때 커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사업을 벌였다.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쫓다 창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을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가천대 박방주 창업지원단장(전자공학과 교수)도 “창업을 바라보는 대학의 문화도 상당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수강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창업과목 수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기엔 갈수록 어려워진 대기업 취업도 원인일 것이다. 그렇지만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창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식도 분명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트업이 성장해 돈을 번 다음 성공한 경험을 후배 스타트업에 전달하거나 그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로 나서는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eur)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우리의 한계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참고가 될 만한 롤모델이 많지 않다 보니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대학 창업 관계자들은 “정부도, 대학도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는 조급증부터 버렸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5년 대통령 임기 내 ‘창조경제’ 같은 국정지표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이려다 보니 지원은 많이 하는 게 사실이지만 정량적 실적 수치를 요구하는 경향도 강하다는 것이다.
취재팀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강기헌 기자
자문단
권대봉 고려대 교수(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김세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노동시장),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김희삼 GIST 교수(기초교육학부), 박준성 교육부 기획담당관, 이민화 KCERN(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혁신),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부 장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교육학), 이화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교육과정),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 정철영 서울대 교수(산업인력개발),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 한유경 이화여대 교수(교육학) ※가나다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