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사 다 끝났는데 왜 구속하나’ 반론에 대응 논리 고심

중앙선데이 2017.03.26 00:51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김수남 총장의 장고 왜

수사 다 했다면 영장 필요성 떨어져
법원에 추가 수사 필요성 설득해야

“영장 청구하기엔 특검 수사 부실”
일부선 “보강 수사 필요” 관측도
촛불·친박 집회는 검찰 압박 계속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과 원칙,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과 원칙,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방향을 두고 검찰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이후 4일째 각종 기록과 자료를 분석 중이다. 주말인 25일에도 수사팀 대부분이 출근해 증거 관계와 법리 검토에 매달렸다. 검찰 안팎에선 당초 대면조사 직후로 점쳐졌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결론 시점이 주말을 넘긴 것은 그만큼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민이 크기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 관계를 비교·분석하는 게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 후에도 검토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김수남 총장이 ‘수사 상황’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23일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영장 청구 여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구속 수사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법리적 판단을 고려해야 하는 검찰이 처한 딜레마를 함축적으로 담은 것 아니냐는 풀이다.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경우다. 정치적 고려를 제외한다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수사상 필요성이다. 벌 주는 게 구속의 목적이 아닌 만큼 검찰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필요성이 있을 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즉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미 다 진행됐다면 검찰 입장에선 구속할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검사 출신인 정태원 법무법인 에이스 변호사는 “특검이 석 달간 수사해 10만 페이지나 되는 기록을 넘겼고 피의자 조사까지 마친 현 상황에 비춰보면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조사가 다 끝났는데 왜 구속하냐?고 물을 수 있다. 추가 수사 필요성을 법원에 설명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설명했다.
 
 
구속기소 후 무죄 땐 엄청난 역풍
반대로 영장을 청구하기엔 특검 수사 내용이 부실해 보강수사할 게 많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현재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13개 혐의 중 가장 중대한 것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대가로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법률가들 사이에선 기업→미르·K스포츠재단→최순실씨→박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수수죄의 논리 구조에서 연결고리가 헐겁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씨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최씨가 받은 금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많다는 측면에서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 관련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특검 수사기록을 일부 봤는데 부실했다. 나머지 부분도 비슷하다면 검찰 입장에선 난감할 것 같다. 일시적 조직인 특검과 달리 검찰은 기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뒤 법원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검찰뿐만 아니라 다음 정권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여론에 떠밀려 바로 영장을 청구하고 특검이 수사한 대로 그냥 기소할 게 아니다. 검찰은 지금 내딛는 한 발짝 한 발짝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르면 27일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인 가운데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5일 촛불집회를 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두 번째 집회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전면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구속 땐 보수층 결집 촉매제 될 수도
한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동정론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보수층 결집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수의를 입고 수감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탄핵 정국 이후 숨죽이고 있던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보수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구시대의 종언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각인되면서 향후 대선 국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 경우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주자 “법대로” 속 입장 엇갈려
대선주자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란 기본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후보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우선 보수 진영 후보들은 대부분 불구속 수사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인제·김관용·김진태·홍준표(기호순) 등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들은 전직 대통령 예우와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홍 후보는 “검찰이 여론수사를 하고 있다”며 “순수하게 사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에서도 유승민 후보는 “불구속 수사와 기소가 맞다. 나중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경필 후보도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당초 견해에서 “영장 청구와 발부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일이고 정치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중론으로 선회한 상태다.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선 원칙론과 구속 수사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며, 안희정 후보는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구속 수사와 엄정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정용환·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정용환·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