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사공 많아 꼼짝 못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중앙일보 2017.03.25 02:15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현훈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이현훈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경제는 인체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경제와 인체가 수많은 세포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많아진다는 것이다. 늙은 세포가 많아지면 인체는 원활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활력을 잃게 된다.
 

인체 세포 늙으면 활력 줄듯
고령화가 경제 활력 떨어뜨려
인구재앙 막을 컨트롤타워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해야

경제에서 세포는 생산의 일원이기도 하고 소비의 주체이기도 한 인간이다. 인간은 젊은 시절에 생산과 소비 활동을 활발하게 하다가 나이가 들면 이 모두를 줄이게 된다. 그래서 경제도 젊은 인구보다 노인인구가 많게 되면 활력을 잃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인구고령화 현상은 일본을 비롯해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에서 매우 심각하다. 필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포인트 증가하면 연평균 성장률이 3.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인구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선진국 그룹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일본이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1990년대 이후 만성적인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이후 유럽 국가들이 좀처럼 침체 국면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인구고령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00만 명을 돌파해 노인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게다가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생산가능인구는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미래의 고령화 정도를 결정짓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난해 1.17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일본과 함께 가장 길다. 이에 따라 유엔은 2050년께 우리나라가 일본과 함께 전 세계에서 노인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월 내놓은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면서 일본의 20년 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일본의 당시 상황보다 나쁘다. 무엇보다 당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었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선진국의 문턱에 이른 상황이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수출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인구고령화의 근본적인 대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화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서 2020년 출산율 목표치를 1.5명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8명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지금과 같은 정책으론 이 목표조차 달성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러다간 정말 우리나라는 ‘노인천국’이 아닌 ‘노인지옥’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출산율을 최소 2.0명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출산율은 출산·육아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같은 단편적인 정책으로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의 청년들은 변변한 직장과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자녀 교육비가 부담스럽고 자신이 겪은 치열한 경쟁 위주의 교육을 강요할 자신이 없다. 게다가 대학까지 졸업시켜도 장래가 불투명하니 어찌 선뜻 보조금 몇 푼 받자고 아기를 갖겠는가. 게다가 맞벌이 여성의 경우 출산에 따른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말이다.
 
정부는 지난 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5기를 출범시키면서 청년고용과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 재원 마련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설 사무국도 없이 1년에 한두 번 모일 위원회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차기 정부에서는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신설해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면을 망라하는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인구부는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노동부·교육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관련 업무를 한 곳으로 모으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기본법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출산율 ‘2.0 플러스’ 목표에 맞춰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이래야만 이미 시작된 인구고령화의 재앙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현훈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