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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밖 13m 솟은 세월호, 예인선에 이끌려 3년 만에 ‘항해’

중앙일보 2017.03.24 22:45 종합 3면 지면보기
길고 긴 하루였다. 24일 하루 동안 세월호 인양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고비가 연이어 닥쳐왔다. 첫 번째 고비는 열려 있는 것으로 확인된 선미 램프의 제거 작업이었다. 램프는 차량과 화물이 오가는 통로에 달린 문이다. 인양업체인 중국 상하이샐비지 소속 잠수부가 램프 개방 사실을 확인한 건 23일 오후 6시30분이었다. 제거 작업은 두 시간 뒤 시작됐다. 램프를 그대로 놔둔 채로는 세월호를 목포신항으로 운반할 반잠수식 선박에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긴박했던 소조기 마지막 날
밤새 램프 제거 뒤 바지선 고정
조류 방향 안 도와줘 2시간 지체
오후 4시55분 돼서야 이동 시작
최대 고비는 반잠수선과‘도킹’
“파도로 배가 흔들리는 해상서
대형 선박 선적은 고난도 작업”

옆으로 누운 상태로 22m 높이인 세월호를 목표 수위인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면 수면 아래에 나머지 9m가 남아 있게 된다. 여기에 리프팅 빔(1m)과 목포신항 거치 때 쓰기 위해 부설하는 받침목 두께(1.5m)를 더하면 총 11.5m가 된다. 반잠수선의 최대 잠수 깊이 13m와는 불과 1.5m 차이다. 길이 10m인 램프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는 근본적으로 선적이 불가능하다.
 
시간도 없었다. 25일 0시까지로 예고된 이번 소조기(小潮期·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작아 유속이 느려지는 시기)에 세월호를 반잠수선에 선적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24일 오전 8시 이전에는 램프를 제거해야 했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잠수부들이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교대로 밤샘 작업을 했다. 수중에서의 용접 작업은 작업 능률이 육상의 절반밖에 안 돼 속도가 더뎠지만 24일 오전 6시45분에 램프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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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할 여유는 없었다.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하는 두 번째 고비가 남아 있었다. 작업이 재개돼 세월호가 수면 위 13m까지 올라온 건 오전 11시10분. 소조기 종료까지 12시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해양수산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가 목표 수위로 올라오자 세월호와 재킹 바지선을 단단히 묶은 뒤 재킹 바지선의 닻줄을 회수했다. 오후 2시 5척의 예인선이 한 묶음이 된 세월호와 재킹 바지선에 줄을 연결해 남동쪽으로 3㎞ 떨어져 있던 반잠수선 쪽으로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실제 출발이 이뤄진 건 조류가 순방향으로 바뀐 오후 4시55분이었다. 예인선은 두 시간 반 정도 지난 오후 8시30분 반잠수선에 도착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선적 작업이 시작됐다.
 
길이 145m, 폭 22m, 높이 28m에 무게가 1만t에 가까운 세월호를 선적하는 건 정교하게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다. 반잠수식 선박 소유업체인 네덜란드 도크와이즈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배의 선적 공간은 길이 177m, 폭 63m다. 남는 공간이 있지만 조류가 흐르는 해상에서 반드시 넉넉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황대식 해양구조협회 사무총장은 “파도 때문에 배가 전후좌우로 흔들리는 해상에서 두 대형 선박을 접촉시키는 건 고난도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수면 아래에 자리한 반잠수식 선박은 세월호가 선적 공간 위에 정확하게 위치하면 조금씩 물 위로 떠오르면서 세월호를 싣게 된다. 이게 마무리되면 세월호 인양은 ‘8부 능선’을 넘어서게 된다. 이후 작업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세월호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다는 게 인양 전문가 황대식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한편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동거차도 미역 양식장으로 흘러들어 어민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의 한국 측 대표인 윤종문 오션C&I 사장은 이날 동거차도 마을회관을 찾아 피해 어민들에게 사과했다. 윤 사장은 “ 선체에 실려 있던 자동차 등의 기름은 미처 제거하지 못했다”며 “해수부와 주민 피해 보상 부분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진도=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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