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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사바스가 '콩:스컬 아일랜드'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2017.03.24 14:24
 
'콩:스컬 아일랜드' 스틸.

'콩:스컬 아일랜드' 스틸.

▶'콩:스컬 아일랜드'(조던 복트-로버츠 감독) 속 이 장면

[백기자의 결정적 OST] ① ‘콩’과 블랙 사바스 그리고 바그너

괴수를 쫓는 ‘모나크’ 팀은 패카드 중령(새뮤얼 L 잭슨)이 이끄는 헬기 공수부대와 함께 미지의 스컬 아일랜드로 향한다. 하늘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폭풍우를 지나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스컬 아일랜드. 헬기 부대는 지질을 조사한다는 명분 아래 섬에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곧 섬 수호자인 거대한 ‘콩’을 맞닥뜨린다.
 
▶영화 속 이 노래: 블랙 사바스 - 파라노이드(1970)
일명 ‘해골섬’에 엄청난 폭격을 가하기에 앞서, 공수부대는 헬기에 장착된 확성기를 통해 크게 음악을 틉니다. 일종의 공습경보이자 행진곡인 셈인데요. 그때 섬에 울려퍼지는 노래가 바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파라노이드(Paranoid)'입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인 블랙 사바스의 대표곡이죠. 블랙 사바스 특유의 어둡고 광적인 분위기가,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는 듯한 ‘콩: 스컬 아일랜드’(이하 '콩')의 공기와도 절묘히 합을 이룹니다. 오즈 오스본의 음산한 보컬과 토니 아이오미의 걸걸한 기타리프에 맞춰 폭탄이 무지막지하게 터집니다.
 
원작 영화 ‘킹콩’(1933)과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2005)이 1930년대 배경인 것과 달리 ‘콩’의 배경은 1970년대입니다. ‘파라노이드’가 발표된 해가 1970년이었으니, 시대적 분위기를 잘 살린 선곡이기도 합니다.
 
‘파라노이드’는 헤비메탈을 넘어 락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곡입니다(수많은 락덕후, 락키드들의 입문곡이기도!). ‘롤링스톤’ ‘Q’ ‘NME’ 등 유수의 해외매체들이 역대 헤비메탈 곡 순위를 따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곡이죠. 미국의 음악방송 ‘VH1’은 2006년 ‘위대한 메탈곡’(“40 Greatest Metal Songs”을 발표하며 '파라노이드'를 1위에 올렸습니다.
 
이곡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면, 이전에도 영화음악으로 삽입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멀리 ‘시드와 낸시’(1986)부터,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1999), 카메론 크로 감독의 ‘올모스트 페이머스’(2000)가 있고, 가깝게는 ‘앵그리버드 더 무비’(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에도 OST로 사용됐습니다.
 
'콩:스컬 아일랜드'와 '지옥의 묵시록' 포스터.

'콩:스컬 아일랜드'와 '지옥의 묵시록' 포스터.

한데 ‘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1979)인데요. ‘콩’은 영화팬이라면 진즉 눈치챘겠지만 포스터부터 극중 캐릭터, 중요 장면들까지 ‘지옥의 묵시록’에 대한 오마주로 넘쳐 납니다(지난달 내한했던 조던 복트 로버츠 감독 역시 “‘지옥의 묵시록’ 스타일의 괴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었고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지옥의 묵시록’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헬기 공수부대가 평화로운 정글 마을을 네이팜탄으로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광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죠.
 
이 장면은 ‘콩’에서도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재현됩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파라노이드’가 흐르는 폭격 장면이죠. 폭격을 피해 달아나는 동물들의 모습은, ‘지옥의 묵시록’ 속 양민들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지옥의 묵시록’의 폭격 장면에는 헤비메탈이 아니라, 클래식곡이 사용됐는데, 그 유명한 바그너(1813~1883)의 ‘발퀴레의 비행’(Ride of the Valkyries)입니다.
 
‘발퀴레의 비행’은 히틀러가 사랑한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그가 선동용 음악으로 바그너의 곡을 사용한 건 꽤 유명한 얘기입니다. 히틀러가 비상 사태를 대비해 수립한 비상작전의 이름도 ‘발키레’였죠.(이를 테마로 한 실화 영화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2008)입니다).
 
코폴라 감독 입장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히틀러가 사랑한 ‘발퀴레의 비행’ 만큼 절묘한 곡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콩’에 블랙 사바스의 ‘파라노이드’가 사용된 건 꽤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블랙 사바스가 애초 공포스러운 음악을 만들자는 취지로 결성된 메탈 밴드였고, 전성기 내내 ‘사탄 숭배’ ‘악마주의’의 악명이 따라다녔으니 말이죠.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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